[비즈한국] 최근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는 ‘국민배당금 통장’ 홍보물을 공개했다. 국민배당금 통장은 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통장의 거래는 취임 후 2개월 이내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긴급 생계지원금 1억 원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통장 내역에는 국민배당금으로 150만 원, 대통령이 주는 생일 축하금 10만 원, 구청에서 지급하는 연애지원금 20만 원 등이 빼곡히 찍혀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종이 통장에 진짜로 저 돈의 내역이 찍혀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어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필자는 통장에 찍혀 나오는 깨알 같은 숫자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를 즐기던 시절이 기억나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도장을 갖고 가야만 예금을 할 수 있었다거나 도장을 잃어버려 계약을 못했다는 말은 이제는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통장에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집을 사고, 자산을 늘려가던 1980~1990년 대는 이자생활자들에게 황금기였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다. 1998년만 해도 연 13%였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00년대 들어서며 한 자릿수로 바뀌었다. 그 동안 시중 자금은 예금이 아닌,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맸다.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 파생상품 등 투자처가 늘었다. 하지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의 재미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직장인 A씨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익이 나던 해외주식도 마이너스이고, 공모주도 크게 재미를 못 봤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움직임이 일자,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증시 변동성도 커지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 공모주의 폭풍이 휩쓸고 가자,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이른바 ‘역머니무브’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예금은 물론이고, 특히, 증권사의 CMA 계좌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CMA 계좌잔액은 69조 8900억 원으로, 지난달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날인 1월 13일(64조 9600억 원)과 비교했을 때 5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운용대상별로 살펴보면 RP형은 34조 2600억 원으로 금리인상 이후 1조 6700억 원 늘었다. 기타형은 23조 8200억 원으로 1조 6600억 원 늘었고 MMF형은 3조 2100억 원으로 700억 원 증가했다. 발행어음형은 8조 5800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 늘어났다.
그렇다면 CMA란 무엇일까. CMA는 종합자산관리계좌(Cash Maneagement Account)로, 수시입출금통장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 금리를 받는 것처럼 증권사에 돈을 맡긴다는 점이 다르다. 은행보다는 이율이 높고,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처럼 입출금이 자유롭고, 최소 가입금액이나 만기 등의 제약이 없다. 공과금이나 급여도 자동이체가 가능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의 활용도 할 수 있다. 증권사는 고객이 맡긴 돈을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발행어음, 머니카켓랩(MMW)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이자로 돌려준다. 다만, 예금자 보호가 안되기 때문에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 상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는 적다.
앞서 말했듯이 운용방식에 따라 RP형, MMF형, MMW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뉘어진다. RP형은 RP에 투자해 수익을 고정된 이자로 받는 상품으로, CMA에서 가장 많은 잔액을 차지하고 있다. MMF형은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 상품으로, 운용사가 단기국공채나 CP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MMW형은 RP형이나 MMF형보다 이자가 높은데, 한국증권금융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발행어음형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발행한 어음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과거 예금 고금리 시절처럼 막대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행 통장보다는 금리가 높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금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는 CMA를 활용할 만하다. 증시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고, 다른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면 당장은 CMA계좌에 넣어두는 것은 어떨까. 은행 통장만 갖고 있다면 이참에 증권사 CMA 계좌를 만들어볼 일이다. 이체수수료가 무료거나 금리가 높은지 증권사별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주식도 운칠기삼?" 재미없는 시장 이기는 투자법
·
[가장 보통의 투자] LG엔셀 공모주 청약 "전 국민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
[가장 보통의 투자] "바보도 경영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
·
[가장 보통의 투자] 일개미의 꿈 '슈퍼개미'는 왜 신기루일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상따 할아버지' 기다리는 주린이를 위한 새해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