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에 이어 ‘조카의 난’ 2라운드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숙부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회사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가 오는 3월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을 사측에 발송했다고 9일 밝혔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은 주주가 주총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총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주총에서 해당 의제를 다루게 된다. 주로 배당을 비롯해 이사나 감사 등 임원 선임 등의 안건들이 제안돼 다뤄진다.
박철완 전 상무는 이날 “선친인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인수합병(M&A), 연구 개발( R&D)투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 왔다”며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사상 최대 호실적임에도 주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친 뜻을 이어 경영을 보다 투명화, 합리화 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에 주주제안을 발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 측은 이번 주주제안에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의 후임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도 주주제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애 대해선 추후 공개하겠다고 선을 그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금호석유화악의 경영권 분쟁은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고배당 정책 강화와 자신의 사내이사 진입 및 이사진 교체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박 전 상무는 숙부인 박 회장이 자신을 후계구도에서 배제하려 한다고 반기를 들었던 셈이다.
박 전 상무의 동갑 사촌형제인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상무가 2020년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자신은 승진에서 배제된 것이 경영권 분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상무는 숙부 측과 벌인 지난해 주총 표 대결에서 끝내 패했고 그 결과로 같은 달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부터 모든 임원직 퇴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금호석유화학 측은 “승인 없이 외부 사외이사직을 겸하고, 사내 논의 창구가 있음에도 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대외적으로 개진하는 등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규정에 의한 임원계약 해지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상무는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인 퇴임 처리며 모든 주주들과 소통해 회사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박 전 상무의 임원 퇴출 후 박준경 전무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박찬구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을 한 것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 둘째 형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외아들로 올 1월 28일 기준 금호석유화학 주식 8.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초 10.0% 지분을 보유하다가 지난해 정기주총에 앞서 주식을 매수하며 10.03%까지 지분을 늘렸다. 그러다 그는 같은 해 8월 자신의 보유 주식 중 45만 7200주를 세 누나들인 박은형, 박은경, 박은혜 씨에게 균등하게 증여했다. 그렇게 그의 세 누나는 지분 0.50% 씩, 합쳐서 1.50%를 보유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전 상무가 독자 행보보다는 재벌가인 든든한 사돈들을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 외 박 전 상무의 어머니인 김형일 씨가 0.09%,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0.05%를 보유 중으로 그의 가계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 이상을 보유 중이다.
반면 박찬구 회장 일가는 박 회장(6.69%), 박준경 부사장(7.17%), 박주형 전무(0.98%)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 모두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금호석유화학 지분 7.92%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61.41%에 달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을 상대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주주친화정책을 제시해 설득할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게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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