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지난해 여름 수제맥주 바람을 타고 야심차게 출시되었던 OB맥주의 ‘라온 Wheat Ale’이 조용한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올해 1월 ‘밀구름 Wheat Ale’로 바뀌었다. 중소 수제맥주사인 코리아에프앤티와의 상표권 침해 이슈 때문이다. 코리아에프앤티는 ‘라온맥주’의 상표를 ‘라온 Wheat Ale’이 출시되기 대략 2달 전인 작년 5월 18일 상표출원하였고, 7월에 심사관의 심사를 통과하여 출원공고 결정을 받았다.
‘라온맥주’의 상표가 출원공고를 마치고 등록된다면 OB맥주 측의 ‘라온 Wheat Ale’은 라온맥주의 상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뒤늦게 안 OB맥주 측은 9월 라온 위트 에일의 상표 출원이 등록이 되면 안 된다는 이유를 특허청에 제기하는 이의 신청을 진행했고, 코리아에프앤티 측도 대기업이 악의적으로 상표권의 무력화를 시도한다며 OB맥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현재 OB 맥주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은 진행 중이지만 ‘라온맥주’의 등록을 거절할 만한 마땅한 거절이유가 존재하지 않아 OB맥주 측이 이길 가능성 즉, ‘라온맥주’가 거절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핵심은 상표의 유사판단…'라온‘이 동일한 두 상표
‘라온 Wheat Ale’이 라온맥주의 상표권을 침해하기 위해서는 ‘라온맥주’와 ‘라온 Wheat Ale’의 상표가 서로 유사하다고 판단돼야 한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상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 우리 상표법과 법원은 양 상표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표의 유사판단에 있어 대원칙은 전체관찰이지만, 상표에서 요부로 보일 수 있는 부분, 즉 다른 구성 부분과 상관없이 그 부분만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독자적인 식별력이 있는 부분은 그 부분만으로 대비할 수 있다. ‘라온맥주’에서 맥주는 맥주의 보통명사로서 식별력이 없고, ‘라온’은 맥주에 대하여 독자적인 식별력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라온 Wheat Ale’의 상표에 있어서도 ‘Wheat Ale’은 밀맥주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맥주에 대한 식별력이 약하므로 ‘라온’이 두드러지게 호칭되고 인식될 수 있다.
결국 ‘라온맥주’와 ‘라온 Wheat Ale’의 상표는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라온’이 서로 동일해, 양 상표는 유사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온맥주’의 상표가 등록되면 ‘라온 Wheat Ale’의 사용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우선심사제도 통해 빠르게 심사받은 ‘라온맥주’ 상표
어떻게 라온맥주는 지난해 5월에 출원하고 그해 7월에 출원공고를 받을 정도로 빠르게 심사를 받을 수 있었을까. 최근 상표 출원의 범람으로 상표의 심사기간이 10~12개월로 늦추어졌다. 심사관의 심사 후 2개월의 출원공고기간까지 합하면 상표 출원부터 등록까지 1년은 족히 소요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증가로 상표출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하여 심사관의 수는 증가되지 않았다. 한정된 심사관이 증가된 상표출원을 모두 처리하다보니 상표 심사기간은 늦추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선심사제도가 있다. 빠르게 상표 등록증을 받고 싶은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선심사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대략 2가지의 우선심사요건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상표를 현재 제품에 사용하고 있거나 또는 곧 사용예정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출원된 상표를 제 3자가 허락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에도 우선심사의 요건에 해당된다. 우선심사 요건에 대한 입증과 소정의 수수료를 특허청에 납부하는 것을 통해 일반적으로 10~12개월이나 소요되었던 심사기간을 2개월 전후로 크게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우선심사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다.
OB맥주 측은 코리아에프엔티가 제소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에서 코리아에프엔티가 상표를 출원한 5월 이전부터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에 주류 상표 사용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표 사용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OB맥주 같은 대기업이 미리 상표 사용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상표 출원을 준비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어떻게 미리 선행하는 상표 여부를 검색하지 않은 채 사업을 준비하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걸까.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하게 되면 2~3일 이내 또는 일주일을 전후하여 한국특허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키프리스(kipris) 사이트에 해당 출원이 공개가 되고, 누구라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선행하는 상표를 검색해 볼 수 있다. OB맥주는 이러한 기본을 지키기 않아 제품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로 브랜드 리뉴얼을 해야만 했다.
상표는 선출원주의로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표를 먼저 사용하거나 준비했다고 해서 상표에 대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받은 자가 상표권이라는 강력한 독점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시를 준비한다면 상표권부터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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