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OTT 최초의 파일럿, 티빙의 ‘서울체크인’이 화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가수 이효리의 만남만으로도 주목을 모았던 이 프로그램은 공개하자마자 티빙 유료가입 기여자 숫자를 3배나 올리는데 기여했고, 유료 가입 기여 3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 하이라이트 등 관련 클립 영상은 현재 400만 뷰를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화제선상에 오른 ‘서울체크인’은 제주살이 9년 차 이효리가 ‘서울 스케줄 있을 때는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갈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리얼리티 예능 콘텐츠다. 이번에 첫 공개된 파일럿에는 ‘2021 MAMA’ 스케줄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이효리가 2박 3일 동안 서울에서 지내는 일상을 전한다. ‘2021 MAMA’ 무대 하루 전 서울에 도착한 이효리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미용실에 들려 염색을 하고, ‘MAMA’에서 함께 무대를 장식할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댄서들과 리허설을 진행한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무대 의상을 갖춘 이효리가 아닌, 노 메이크업에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 홀로 제주도에서 틈틈이 연습한 댄스 동작을 맞추는 무대 뒤 이효리의 생경한 모습이 펼쳐진다.
리허설이 끝난 이효리는 오래된 친한 선배인 엄정화 거처에 찾아가 술 한 잔을 마시며 리허설 후일담을 털어놓는다. 어느새 가요계의 시조새 격의 아이돌 대선배가 된 이효리는 현장의 분위기나 시스템 모든 것이 바뀌어서 너무나 기분이 묘했다면서 선배 엄정화에게 “세상이 다 바뀌었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 같다”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둘은 대한민국에서 댄스 여가수로 나이가 들어가는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엄정화에게 전하던 이효리는 문득 “아유 좋다. 언니가 있으니까 너무 좋다. 그런데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라고 말을 던진다. 그러자 엄정화는 살짝 머뭇거리다 말한다. “모르겠어. 그냥 술 마셨지!” 그런 엄정화를 보자 이효리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이렇게 말한다. “언니가 갑자기 짠하다. 언니는 (나 같은 감정을 느꼈을 때)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없지 않았을 아니냐”며. 그러면서 이효리는 엄정화를 안아준다.
언니가 없었던 언니 엄정화를 위로하는 이효리의 따뜻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뚝, 언니 없이 그 시절을 버틴 큰 언니 엄정화의 쓸쓸하고 고단했을 마음이 상상되어, 다시 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각종 SNS에서는 이효리가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라고 말하는 ‘서울체크인’의 바로 이 장면에,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갔다는 이야기들로 한가득하다.
이 장면에서 각종 언론과 수많은 사람이 주목한 이는 언니 엄정화를 위로하는 이효리였다. 그런데 반대로 나는 그 시간을 진짜 언니 없이 묵묵하게, 술도 마셔가며, 절친 정재형을 붙들고 울었다는 진짜 언니 엄정화에게 더 눈이 갔다. 기자 시절 인터뷰 당시 엄정화는 그녀 특유의 눈을 동그랗게 하고는 “한국에서는 댄스 여가수 현역 나이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나이로 왕성하게 멋진 활약을 하는 ‘마돈나’처럼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당시 그녀 나이는 30대 중후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그녀는 자신의 말 그대로 ‘한국의 마돈나’라는 애칭에 걸맞게 활동을 해왔다. 가요계에 주류가 되는 ‘30대 댄스 여가수’는 흔치 않았던 시절, ‘대한민국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 멋진 활동을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30대를 넘어 40대, 50대까지 활약하는 댄스 가수 엄정화가 길을 터주었기에 40대 이효리도, 30대 보아도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된 것이다. 자신과 같은 선례가 되는 선배가 없었던, 그러니까 언니가 없었던 엄정화는 자신이 먼저 걸어갔던 길의 외로움과 고됨을 알기에 ‘서울체크인’에서도 자신이 겪었던 감정을 이제 막 체감하는 이효리에게 언니로서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던진다. “저 언니 내년이면 마흔네 살이에요~!” 라고 말하며 나이 드는 자신의 모습이 때론 힘들다는 이효리의 말에 따뜻한 눈빛으로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야. 난 이제 그런 것에 집중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안주 하나를 건네주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언니. 바로 이게 ‘진짜 언니’ 엄정화의 찐 멋짐이다.
‘서울체크인’ 속 이효리를 대하는 엄정화를 보면서 ‘진짜 언니, 그러니까 진짜 멋진 인생 선배란 저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땐 기댈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내가 미리 경험한 인생을 선뜻 내어줄 줄 아는 사람. 그런 ‘진짜 언니’가 해주는 따듯한 한마디에 어떤 누군가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하고, 다시는 치유 불가능할 거로 생각한 마음의 상처에 빨간약과 같은 치유를 받기도 한다. 삶이 힘겨운 누군가에게 이런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인생이 어디 또 있을까. 꼰대가 아닌 ‘진짜 언니’, ‘진짜 형님’이 되고 싶다면 그녀처럼 후배들에게 내어주어라. 언니가 없었지만 ‘진짜 언니’가 되어 ‘찐하게’ 후배들에게 내어주는 엄정화처럼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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