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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쓰려면 발코니 확장해라? 자동차 뺨치는 아파트 '옵션질'

'옵션 묶음'으로 필요 없는 옵션까지 선택하게 돼…분양가 못 올리자 유상 옵션 비중 갈수록 늘어

2022.02.08(Tue) 15:42:28

[비즈한국] 발코니 확장비로 일부 분양가를 전가했던 건설사가 유상 옵션으로 또 한 번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옵션을 여러 개 묶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콘센트 등을 옵션에 포함해 옵션 선택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의 유상 옵션 항목. 화장대 상판과 거울, 수납장, 콘센트를 묶어 150만 원으로 책정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너무 치사해” 묶어 팔기, 허위 설명 넘치는 건설사 ‘옵션 장사’

 

지난해 1월 서울 및 수도권에서 분양 모집을 한 민영 아파트 7개 단지의 유상 옵션 품목은 평균 9개다. 가장 많은 유상 옵션을 제시했던 아파트도 옵션 항목은 10개에 그쳤다. 하지만 1년 새 유상 옵션 항목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분양 공고를 낸 서울 및 수도권의 민영 아파트 8개 단지의 유상 옵션 항목은 평균 13개로 집계됐다. 한 아파트는 유상 옵션 항목을 21개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무상 옵션으로 제공하던 주방 간접등, 붙박이장, 파우더장 등을 은근슬쩍 유상 옵션으로 변경됐다. 

 

유상 옵션 항목이 많아지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일부 입주자 사이에서는 선택을 강요하는 건설사의 횡포에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분양한 A 아파트의 예비 입주자들은 유상 옵션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침실과 연결된 파우더룸의 콘센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상 옵션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A 아파트는 파우더룸 콘센트를 파우더장과 묶어 유상 옵션으로 분류했다. 화장대 상판과 거울, 수납장, 콘센트를 묶어 150만 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이 ‘파우더장’ 옵션은 발코니 확장을 했을 경우에만 선택 가능하다. 콘센트를 쓰기 위해 발코니 확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파우더장과 콘센트를 묶어 유상 옵션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너무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는 콘센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우더장을 선택한다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설명이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입주 예정자는 “모델하우스에서 ‘현관 창고를 선택하지 않으면 추후 중문 설치가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때문에 추후 개별적으로 중문을 설치하더라도 현관 창고는 옵션으로 미리 선택해야 한다고 했는데, 인테리어 업체에 문의한 결과, 창고 없이도 중문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예비 입주자가 유상 옵션을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분위기라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서는 유상 옵션 여러 가지를 패키지 형태로 묶어 판매하기도 해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B 아파트는 주방 옵션 7가지를 ‘주방특화 옵션 패키지’로 묶었다. 아일랜드 수납장, 상판, BAR 테이블, 사각싱크볼, 매립콘센트, 밥솥장, 유리도어장 등이 하나의 옵션으로 선택되도록 했다. 가격은 600만 원부터 750만 원대로 책정됐다. 드레스룸도 슬라이딩도어, 벽면 패널 마감, 선반, 파우더장 상판, 상부장 등을 하나로 묶어 ‘드레스룸 패키지’로 구성했다. 가격은 560만~740만 원대다. 

 

C 아파트는 ‘인테리어 옵션’이라는 이름으로 붙박이장, 파우더장, 아트월, 욕실 비데, 거실·주방 우물천장 등을 하나로 묶었다. 비용은 1200만~1900만 원대다. C 아파트의 한 입주 예정자는 “요즘은 신차보다 분양 아파트 옵션 종류가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옵션 장난질’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유상 옵션이 너무 많고, 여러 가지를 섞어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며 한숨 지었다. 

 

신축 아파트의 유상 옵션 항목이 확대되는 추세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선택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모델하우스 고급 옵션, 입주하니 너무 달라…옵션 관련 피해구제 신청 늘어나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 규제가 강해지면서 일부 건설사는 분양가는 낮게 책정하는 대신 발코니 확장비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비에 이어 유상 옵션까지 확대하고 있어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분양가에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외에 반영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무상 제공하던 것도 유상 옵션으로 돌리게 되는 상황”이라며 “계속 분양가를 제한하게 된다면 아파트 유상 옵션 항목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의 옵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제대로 된 시공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만으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접수된 아파트 옵션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총 55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건, 2019년 9건, 2020년 13건, 2021년 23건으로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피해유형별로는 ‘계약불이행’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옵션의 종류, 시공 상태가 계약 내용과 달라 불만을 느끼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가전제품의 스펙이나 시공 형태 등이 계약 내용과 차이가 있어 발생하는 분쟁이 많았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옵션 계약을 한 예비 입주자들이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품목, 자재 등과 입주 후 실제 시공 상황이 현저하게 달라 불만을 쏟아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사에서는 견본 주택 사진 촬영까지 금지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예비 입주자는 “모델하우스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제지당했다. 이유를 물어도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사진 촬영은 금지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모델하우스에는 그럴싸한 유상 옵션을 설치해두고 계약을 유도하면서 입주해보면 자재부터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 촬영해두려 했지만 강력하게 막아 불쾌했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옵션 관련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계약 시 상품의 가격·사양을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기재하고,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신중히 계약해야 한다”며 “만약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입증 자료(모델하우스 사진)를 가지고 있다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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