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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늙는 것도 서러운데 비싸기까지…공공기관 '실버택스' 실태

온라인·무인기기 사용 못하면 수수료 내야…7월 '수수료 감면 확대' 시행되지만 권고에 그쳐

2022.02.04(Fri) 17:09:15

[비즈한국] 지난 4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국내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유소년 인구(0~14세)에 비해 고령 인구 비율이 152%나 된다. 곧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중 20% 이상)로 접어들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는 전자상거래의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가장 어려워한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조작 역시 마찬가지다. 노년층은 키오스크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기기 조작에 어려움과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정보 격차로 인해 노년층은 같은 서비스를 젊은 층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실버택스(Silver tax)’가 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할인과 적립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매해야 하고, 온라인뱅킹을 사용할 수 없어 은행 창구를 직접 가야 하는 등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공공기관조차 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한 주민센터에 붙어있는 ​민원서류 발급 수수료 안내문. 무인민원발급기 수수료는 무료다. 사진=전다현 기자


#정부24·무인발급기 이용하면 무료? 노인들은 어떡하라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공공기관도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민센터는 대부분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해 서류를 무인으로 발급한다.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민원발급은 지자체에 따라 무료 또는 수수료가 50% 감면된다. ​정부24를 통한 온라인전자문서 발급​은 무료다. ​정부24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자문서 발급은) 출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기 사용과 온라인 발급이 어려운 대상이 대부분 노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무인민원발급기나 온라인전자문서에서 증명서류 발급이 안 될 경우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이때 노령층에 대한 수수료 감면 혜택은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에게만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결국 키오스크나 정부24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수수료를 전액 내고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주민센터에는 무인민원발급기 옆에 직원을 배치해 키오스크 이용을 도와준다. 수수료 감면 때문에 민원인 대부분 키오스크를 이용하려 하지만,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창구에서 서류를 발급받는 시간보다 무인민원발급기에서 발급받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이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기자가 지난 3일 방문한 서대문구의 한 주민센터는 키오스크에만 줄이 길게 늘어져 있고, 창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번호표를 뽑으면 바로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10여 분간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한 70대 남성은 “창구에 가면 빠르게 해결해주는데, 수수료를 내야 해서 이용하기 부담스럽다.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자니 시간이 오래 걸려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무인민원발급기 이용을 도와주는 주민센터 직원 역시 “젊은 분들은 빠르게 이용하는 데 반해 어르신들은 아주 힘들어하신다. 도와드리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 화면. 화면을 확대한 모습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무인민원발급기 자체가 노인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면도 있다. 발급기에 ‘글자 확대’나 ‘음성 서비스’ 기능이 있지만, 기자가 실제 사용해보니 무용지물이었다. 안내 음성이 작아 잘 들리지 않았고, 글자 확대 기능을 사용해도 조금 커질 뿐 기존 화면 글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 

#7월 적용되는 민원처리법…차별해소될까

2021년 12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2022년 7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전자증명서 발급 시 수수료 감면 규정을 명시하고 민원취약계층 적용을 확대했다.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정보격차로 인한 민원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전자증명서 발급 근거를 신설해 국민의 민원생활편의를 증진하기 위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노령층 등이 수수료 면제에서 소외되는) 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개정안에 따른 세부 시행령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7월부터 시행되는 민원처리법에 발맞추어 시행령에 민원취약계층 감면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세부 규정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되는 민원처리법 역시 감면이 가능하다고 명시했을 뿐, 강제 조항은 아니다. 개정 전 민원처리법에도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강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최대한 권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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