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저성장, 고물가, 초저금리 등 월급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부를 쌓기 어려운 시대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주가가 폭락하고 가상화폐가 뜨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자산을 여러 소액투자자가 공동구매하는 ‘조각투자’도 그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현물이 아닌 소유권이나 저작권에 투자하며, 시세차익이나 대여료·저작권료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현물 대신 저작권·소유권 공동구매
조각투자 대상은 음원·미술품·시계·명품 등 다양하다.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는 음원이다. 미술품이나 건물처럼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팬심’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팬들은 좋아하는 뮤지션을 위해 음원 발매에 기여하거나 음원 일부를 소유하고자 저작권 투자에 나선다. 저작권 투자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었다.
음원 저작권 투자 플랫폼 중 가장 유명한 업체는 뮤직카우다. 뮤직카우는 음원 저작권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분배받을 수 있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경매로 저작권 일부를 구매한 투자자(유저)는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 받는다. 보유한 저작권을 회원끼리 거래할 수도 있다. 뮤직카우에선 주로 오래된 히트곡이나 인기가수 앨범 수록곡의 저작권이 거래된다.
이처럼 저작권 투자가 주목을 받자 수익성이 보장된 히트곡이 아닌, 신곡이나 미발매 음원까지 투자하는 플랫폼도 생겼다. 아이피샵은 음원뿐만 아니라 캐릭터, 특허 등 각종 지식재산권(IP)을 거래하는 종합 IP 투자 플랫폼을 표방하는 업체다. 지난 1월 6일 오픈한 아이피샵은 음원 발매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신곡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만 거래한다. 신규 음원은 아이피샵 관계사인 엔터테인먼트회사 새라온 E&T에서 제작한다.
더불어 아이피샵은 발매 계획은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음원이나, 오디션에서 나온 미발매 음원의 저작권 투자도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다만 현재는 미발매 음원이 아닌 신규 음원에만 투자할 수 있다.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자 간 저작권 거래도 불가능하다. 아이피샵 측은 “서비스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준비 단계다. 이번 달 내에 홈페이지도 개편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비발매된 곡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은 또 있다. 2019년 오픈한 음원 투자·제작 플랫폼 위엑스(운영사 레보이스트)는 앨범 발매를 위해 프로젝트를 열고 투자금을 모은다. 위엑스는 투자 수익 창출보다 팬심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프로젝트마다 패키지 구매창이 열리는데, 패키지에는 ‘프레임’이라는 저작권료 수익을 정산 받을 수 있는 권리와 디지털 인증서, 리워드 등이 포함된다. 프레임은 제작자의 저작인접권(저작물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이가 받는 권리)을 얻을 수 있는 최소 단위로, 가격은 개당 2만 2000원~5만 5000원이다. 프레임당 배정된 저작인접권 지분율은 0.006%~0.02% 정도다.
#증권인지 채권인지 불분명…금융당국 검토 결과 주목
하지만 이 같은 신종 플랫폼을 통한 저작권 투자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각투자 자체가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투자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각투자 플랫폼이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고, 채권인지 증권인지 모호한 소유권을 분할 판매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뮤직카우가 판매하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 결과가 유사한 다른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법적 검토 결과 보고서를 통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사용료 청구권이므로 민법상 금전채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도 2월 중 증권성검토위원회를 열어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상 증권 거래에 해당하는지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조각투자가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되면 플랫폼도 자본금융법의 각종 규제 아래 놓이게 된다. 이때 법적 기준을 갖추지 못한 플랫폼은 사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특허 전문 장유진 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는 “뮤직카우처럼 자본이나 시스템을 갖춘 곳은 법제화 후에도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플랫폼들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은 곳일수록 위험성은 커진다. ‘비즈한국’은 위엑스 측에 운영 현황과 투자자 보호 방안, 수익 정산 등에 관해 묻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나 이메일 회신조차 받지 못했다.
저작권 투자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거래량이 적어 시세차익을 내기 쉽지 않고, 인지도 낮은 신인가수의 곡은 전송(스트리밍)으로 나오는 저작권료 수익이 미미한 편이다. 한 투자자는 “음원 저작권료 수익은 초반에 높고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신곡으로 초반 수익을 얼마나 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인기 브랜드 아파트마저 '줍줍'…집값 하락 신호탄일까
·
무신사 스탠다드 다음은 'E( )pty', 관련 상표 대거 출원
·
시공능력 톱3 삼성물산·GS건설, 지난해 실적 부진 원인은?
·
대한항공·아시아나 장거리 노선 반납에 LCC 들썩이는 까닭
·
'박막례 할머니만큼만…' 유튜버·셀럽 마케팅 둘러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