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최근의 공급 확대, 심리 진정, 금리 추이, 글로벌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시장 하향 안정세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라며 최근 하향세인 부동산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처럼 최근 부동산 가격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1월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는 매매 가격 상승세가 멈췄고, 서울 아파트는 0.01%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가 멈춘 것은 2019년 8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며,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은 2020년 5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하던 아파트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고가 아파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 숫자는 8배 넘게 급증했다. 지방의 고가 아파트도 같은 기간 30배를 훌쩍 넘게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고가 아파트 급증으로 인해 국민들의 세부담도 늘었다.
홍 부총리는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민간 매수우위지수는 22주 연속 하락하며 2008년 6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던 부분에 대한 일정 부분의 하향 조정과정은 필요하다고 보며, 이런 방향 아래 정책 기조를 계속 견지하겠다”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안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안정세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공시가격 9억 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는 6만 4638채였다. 이러한 고가 아파트 숫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9만 2192채로 상승하더니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2018년부터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다. 고가 아파트는 2018년 14만 807채로 늘어난 뒤 2019년 21만 8163채, 2020년 30만 9835채로 매년 10만 채씩 증가했다.
2021년에는 고가 아파트의 수가 20만 채 이상 급증하며 52만 4620채까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27번이나 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전국 고가 아파트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1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고가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2016년 전국 고가 아파트 6만 4638채 중에서 6만 1419채(95.0%)가 서울에 위치했으나, 2021년에는 52만 4620채 중 78.7%에 해당하는 41만 2970채가 서울에 있었다.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3219채에서 11만 1650채로 34.7배로 급증했다. 전국 고가 아파트가 서울 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5.0%에서 2021년 21.3%로 늘었다.
공시가격 3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도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증가했다. 2016년 519채였던 초고가 아파트는 2021년 1만 833채로 20.9배 늘었다. 초고가 아파트는 2016년에는 서울(516채) 외에 부산에 3채밖에 없었으나 2021년 부산(12채), 경기(20채)과 함께 제주에도 2채가 생겨났다.
한편 9억 원 넘는 고가 아파트 급증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국민 세부담이 크게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 국세 수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측한 314조 3000억 원보다 29조 원 늘어난 343조 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세수 중 양도소득세가 10조 9000억 원, 상속·증여세가 3조 1000억 원, 종합부동산세가 2조 원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늘어난 초과 세수가 경제 활성화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고가 아파트 급증으로 국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1년 초과 세수 발생의 주된 원인은 자산 세수의 높은 증가”라고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것임을 지적했다.
고가 아파트 급증에 따른 세부담 증가가 문제가 되자 정부·여당이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기준을 상향조정 했지만, 취득세나 재산세, 대출 기준은 그대로 두면서 금융시장에서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린데 이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취득세와 재산세에서 고가 아파트 기준은 9억 원으로 그대로 뒀고 주택담보대출 비율 하향조정(40%→20%) 기준과 중도금 대출 금지 기준도 9억 원을 유지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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