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됐지만 혼란이 여전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해설서를 냈지만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까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과 시행령은 제정됐지만 이례적으로 시행규칙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을 맞았기 때문이다. 민간과 공공 현장에서는 법 시행 이후 초미의 관심사를 모을 1호 처벌 대상만은 피하고 보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 상 처벌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업주나 경영자에 대한 처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화두에 따라 제정됐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근로자인 김용균 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 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사고 후 원청과 하청 기업 대표들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들에 대한 처벌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법 조항이 만들어져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해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게 됐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발생으로 1명 이상의 사망사고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이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양벌규정을 명시해 법인 또는 기관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사망 외 부상 등 중대재해 발생에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 또는 기관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주목할 점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다. 경영책임자에는 사업을 대표하거나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함께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도 포함돼 있다.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 이 법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보완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828명 중 317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법 시행을 맞아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에 대한 입법 보완 없이 법이 시행됐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 범위는 사고 원인과 직접 관계되는 의무사항으로 한정하는 등 문제점들이 개정되는 입법 보안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 보건 체계를 확립해 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두려움이나 부담을 갖지 않도록 안전 컨설팅이나 법률 상담 등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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