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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나이키…패션업계는 왜 NFT를 입으려 할까

온라인화와 MZ세대에 부응…현행법상 소유권 아닌 저작권, 관련 제도 변화 뒷받침돼야

2022.01.27(Thu) 11:24:36

[비즈한국] NFT가 예술계에 이어 패션계를 흔들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을 뜻하는 NFT(Non-Fungible token)는 디지털 파일에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의 인식 값을 부여해 해당 파일의 소유권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이다. NFT가 예술 분야에서 먼저 확장되는 건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유함’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을 NFT로 만드는 순간 모든 데이터는 블록으로 만들어져 수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복제품이나 유사품, 표절 등이 판치기 쉬운 시장에서 고유한 표식 역할을 하며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패션 업계가 NFT에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그 배경에 희소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구찌는 네이버의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2021 S/S 컬렉션을 구현한 60여 종의 의상, 신발, 가방 등 아이템 스킨을 판매했다. 실제 구찌 매장과 유사한 가상공간 구찌빌라를 만들어 옷을 구경하고 아바타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사진=구찌코리아 홈페이지


#실물 가방보다 비싸게 팔리는 아바타용 가방

 

패션과 NFT의 만남은 디지털 패션의 저변 확대, 메타버스에서 착용되는 패션 아이템,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 보증서 정도로 정리된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메타버스 세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착용하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가 ‘현실의 나’만큼 중요해지면서 여기에 패션업계가 관심을 보인 것. 세대별 온도 차는 있지만 이 세계가 성장세가 무섭다는 것만큼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명품 브랜드다. 메타버스를 드나드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바타가 입을 제품도 필요하고, 컬렉션을 위한 희귀 제품도 필요하다. 아무나 입지 못하는 한정판 제품에 대한 니즈도 당연히 따라온다. NFT는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고유번호 적힌 보증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5월, 구찌는 약 4분짜리 패션 관련 동영상을 NFT로 발행해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에 올려 2만 5000달러(약 3000만 원)에 낙찰됐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아바타가 착용하는 구찌의 디오니소스 디지털 전용가방은 ​실물 가방(3400달러)보다 비싼 약 465만 원(4115달러​)에 팔렸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지난해 하반기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에는 전체 명품 시장에서 메타버스 비중이 10%에 육박해 명품 업계 이익이 최대 25%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정판 제품으로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나이키도 NFT와 관련해 여러 결과물을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로블록스에 자체 가상 세계 나이키랜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가상 NFT 디지털 운동화를 판매하는 디지털 패션 브랜드 아티팩트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언더아머는 NBA 농구스타 스테판 커리를 내세워 ‘커리플로우 9’ 운동화를 NFT로 제작하고, 아디다스도 자사 제품 아바타 NFT 3만 개로 270억 원의 판매 수익을 올렸다. 

 

디지털 패션 브랜드 패브리컨트(The Fabricant)는 아디다스 등과 협업해 의류 이미지의 오픈소스를 제공해고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를 재해석한 작품을 공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중 TOP20은 NFT 아트마켓에 올려져 거래됐다. 사진=패브리컨트 홈페이지

 

패션플랫폼 관계자는 “작년 한 해 업계에서 NFT가 활용되는 방식은 마케팅 측면이 강했다. 떠오르는 시장에 발을 얹음으로써 시장을 주도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올해는 수익 창출과 미래 산업 구상 등 좀 더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거라 기대한다. 코로나19가 시장 변화를 10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머지않아 패션업계에서도 오프라인만큼 온라인용 제품의 판매비중이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한다. 명품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잘 맞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이후 뒤따라오는 제도 논의…올해 본격화될 전망

 

그러나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반해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10억 달러였던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 달러(약 47조 9640억 원)로 급성장해 미술품 시장 규모(501억 달러)와 비슷해졌다. 

 

하지만 전통적 지식재산권법은 NFT가 소유권인지, 사용권인지 정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 못한다. 아직은 현행법에서 NFT와 같은 디지털 저작물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NFT 거래에서 소유권이 거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다수다. 저작권은 소유권과 다르게 무체물 등을 포함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과세 문제도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인 2월부터 가상자산 관련 투자 등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인 증권성검토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NFT와 같은 가상자산, 뮤직카우 등의 신종 투자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증권’ 여부를 판단해나갈 계획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1월 2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전형적인 NFT는 투자자와 투자대상이 일대일로 이뤄져 일반적인 증권으로 보긴 어려우나 분할 발행, 복수 발행되는 형태가 나오고 있어 NFT의 고유성·특수성이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하게 발전하는 자산을 금융위가 틀어쥐지 않게끔 현행법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NFT는 사용권, 라이선스 개념이다. 지식재산권의 사용권을 사는 것이다. NFT가 가장 먼저 활성화된 예술계에선 미술품의 유통 혁명이 일어났고, 시장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젊은 작가들과 아날로그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다수 디지털 아트 영역으로 넘어오는 게 그 증거다. 미술품의 대중 소비 시대, 미술품을 구독하는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됐다. 패션, 음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당국은 열린 규제의 감독적 기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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