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PC와 모바일 기반 게임에 집중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다양한 장르의 콘솔 게임을 선보이며 외연 확장에 나선다. ‘비디오 게임’으로도 불리는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를 모니터에 연결해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그동안 한국은 ‘콘솔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이후 흥행을 이어가며 성장 여력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롱런’이 가능한 콘솔 게임에 매력을 느껴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형·중견 모두 대표 IP로 무장해 진출
최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일제히 콘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2020년 11월 창사 이래 최초의 콘솔 게임을 선보이며 스타트를 끊었다.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를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출시하면서다.
넥슨은 현재 3억 8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PC와 콘솔 기반으로 출시한다. 이 밖에도 3인칭 슈팅 게임 ‘아크 레이더스’,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대전 격투 게임 ‘DNF DUEL’ 등 3종의 게임을 콘솔과 PC 기반으로 개발해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콘솔 게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대표 IP 기반 게임인 리니지W를 모바일과 PC 외에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를 기획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PC와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프로젝트TL’을 올해 하반기 시장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2월 컨퍼런스콜에서는 “확실한 건 여러 개의 콘솔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TL은 리니지 IP를 활용한 PC·콘솔 기반 차세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리니지 고유의 특징을 계승하면서도 오픈월드와 현실적인 전투를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은 2020년 사내 테스트를 마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W 콘솔 버전 게임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시점에서 출시 국가와 공개 시기는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도 콘솔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PC 게임 ‘검은사막’으로 시장에 안착한 펄어비스는 올해 중 차기작 ‘붉은사막’과 ‘도깨비’를 출시할 계획이고, 크래프톤은 올해 2분기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잇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콘솔 버전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 성장률·‘롱런’ 가능한 특성에 주목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PC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해 역량을 쏟아냈다. 개발비와 인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익성은 낮은 편인 콘솔 게임 시장은 ‘뒷방’ 신세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 시장 분야별 비중은 모바일 게임과 PC 게임이 각각 57.4%, 26.0%이었다. 콘솔 게임은 5.8% 수준이어서 게임 산업의 지형이 과도하게 기울어 있다는 평가다. 국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PC와 모바일이 각각 12.4%, 10.3%인 반면, 콘솔은 1.7%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PC와 콘솔 게임의 매출 합산이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규모인 만큼, 모바일 게임에 편중된 구조가 국내 기업에게는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서구 시장 진출이라는 숙원 사업을 짊어진 업계는 콘솔의 성장률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콘솔 시장의 전체 파이는 여전히 크지 않지만 성장률은 두드러진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1년 만에 57.3% 성장했다. 해외시장에서도 성장세는 뚜렷하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콘솔게임의 성장률은 2019년 당시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집콕’ 문화가 떠오른 2020년에는 14.6%를 기록했다.
국내 업계가 콘솔 게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프트맥스, 판타그램 등이 ‘마그나카르타’,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 등을 내놨지만 자본력 등의 문제로 콘솔 게임 개발이 확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형·중견사가 콘솔 개발에 뛰어들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게임에 비해 게임 콘텐츠의 수명이 길어 이용자를 보다 긴 시간 잡아둘 수 있고,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겪은 게임사들로서는 기존의 수익모델만으로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 모델로 내세우기 어려워졌고 메타버스나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구상하고 있는 P2E(Play to Earn)도 녹록지 않다. 포트폴리오와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콘솔의 특성상 게임성이나 완결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은 긍정적이다. 크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게 돼 하드웨어 기술 문턱이 낮아진 것도 좋은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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