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는 6월 10일부터 국내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베이커리 등에서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판매할 때 제품 가격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보증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음료를 구입해야 하며, 매장에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국내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처음 시행된 건 2002년이다. 환경부와 식음료 업체가 맺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에 따라서다. 도입 이후 일회용 컵 회수 비율은 2003년 24%에서 2007년 37%까지 늘었지만, 환경부가 목표한 50%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법적 근거가 약해 보증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소비자 반발이 이어지는 등 현장에서 혼란이 빚으면서 결국 2008년 폐지됐다. 제도가 사라지자 일회용 컵 회수 비율은 크게 떨어져 2018년에는 5%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환경부는 컵 보증금제 도입에 관한 인식을 조사(2017년)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재정비했다. 법적 근거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통해 마련했다. 보증금 반환과 일회용품의 수거 과정을 원활하게 하고자 중간 관리 기관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도 설립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회수 절차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환경부는 1월 24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을 공개했고, 1월 25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했다.
#브랜드 관계없이 적용 매장 어디든 반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증금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텀블러 할인 금액을 고려해 300원으로 결정됐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전년도 말 기준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 또는 가맹점 사업자다. 휴게 음식점업·일반음식점업도 적용되며, 매장 수가 100개 미만이더라도 참여할 수 있다. 기준에 따르면 이디야·투썸플레이스·던킨·파리바게뜨·공차·롯데리아·배스킨라빈스·쥬씨 등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해당한다. 적용 매장 수는 전국 3만 8000여 개다.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선 바코드가 부착된 일회용 컵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내용물을 비우고 세척한 컵을 브랜드 상관없이 적용 매장 어디에나 반납할 수 있다. 길에서 주운 컵도 반환할 수 있다. 매장에 컵을 반환하면 POS기를 이용해 바코드 인식 후 계좌이체 또는 현금으로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다. 보증금 지급은 컵당 1회만 가능하다. 환경부는 보관과 운반의 편의를 고려해 컵의 표준 규격을 지정할 예정이며, 바코드 부착 방식은 업체별로 자율적으로 하도록 논의 중이다.
올해 도입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과거에 비해 법적 근거와 시행 방안을 강화한 만큼 컵 회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선 “테이크아웃 전문이라 매장이 좁은데 컵을 어디에 보관하나” “컵을 세척하지 않고 가져오면 매장에서 씻어줘야 하나” “바쁜데 컵 회수에 보증금 반환까지 맡아야 하나” “길거리에서 컵 모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떡하나” 등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맹점 위주의 식음료 업체 대다수가 현장에 적용할 보증금제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관계자는 “시행령도 이제 막 입법 예고하지 않았나”라며 “환경부에서 업체들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면 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까지 5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별다른 지침이 없어 업주의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주시 70여 개 매장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컵 교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에 앞서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반응을 가늠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나섰다. 시범사업은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북 전주시에 있는 70여 개 식음료 매장에서 진행한다. 이디야커피·엔제리너스·폴바셋·크리스피크림·팔공티 등 12개 브랜드 가맹점 중 희망 매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보증금 300원 대신 컵을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마스크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이 기간 동안 참여 매장 어디서든 일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다. 일회용 컵 회수는 지역 내 사회적기업과 자활센터에서 맡는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김영훈 컵보증금사업실 실장은 “시행령에 따르면 각 매장은 회수한 컵을 권역별로 지정한 수거업체와 전문재활용 업체에 인계하도록 돼 있다. 보증금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회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소비자에게 제도를 알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마스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이 전주시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3~4월 중 타 권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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