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선거에서 공약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짐이자 지금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비즈한국’은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각 후보의 경제 공약을 비교, 분석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한다.
#주택 공급: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내 집 마련 지원
집값은 가장 어렵고 논쟁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네 후보 모두 임기 내 200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00만 호 이상을 5년에 걸쳐 기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라도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건물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역세권 첫 집’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건축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로 상향 조정하고 증가용적률의 50%를 공공기부채납으로 환수해 이를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목표 공급량은 10만 호로 입주자는 분양가의 20%만 부담하면 주택을 살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전체 250만 호 공급량 중 100만 호를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으로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중 절반은 청년에게 우선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토지임대부 공공자가주택을 100만 호가량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대주택 공약도 발표됐다.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 주택 공급 목표를 250만 호로 설정했는데 이 중 10%를 장기임대공공주택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적정수준으로 공급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리모델링해 품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심상정 후보는 전체 주택에서 공공주택 비중이 20%에 이르도록 로드맵을 추진할 예정인데, 이 중 장기공공임대주택을 100만 호가량 공급해 10%의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규제: 종부세 갑론을박, 대출 규제 완화는 한목소리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같은 반면,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는 후보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는 일단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동산투기를 막으려면 토지 거래세를 줄이고 실효 보유세를 1%까지 점차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국토보유세 부과로 인한 반발을 막기 위해 보유세 전액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되돌려 준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 재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처럼 거래세가 낮고 보유세가 높은 방향으로 개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종합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상정 후보는 ‘토지초과이득세’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했다. 개인과 기업에 필요한 토지 소유를 인정하되, 불필요한 토지 소유는 중과세를 통해 시장에 내놓게 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유세 실효세율을 0.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는 완화하거나 필요할 경우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속도를 조정해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고, 과세 이연제도 등으로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을 경감하며, 이 외의 1세대 1주택자 세율도 인하하는 등 종부세 과세 체계를 전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 역시 일시적이거나 갑작스레 2주택자가 된 이들이나 투기·이윤 목적이 없는 다주택자, 1주택 장기보유 저소득층과 노인가구 등에 한해서는 종부세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후보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목표 실현을 위해 대출도 손볼 예정이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금융 거래를 강하게 제한할 방침이지만, 실거주 주택이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제한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대출은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나 실수요 부동산에 대한 금융지원은 늘리는 방식이다.
윤석열 후보는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해 30년 이상 장기 저리로 소요 자금의 80%까지 금융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소득의 25% 범위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는 45년 초장기 모기지론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모기지론은 담보인정비율(LTV)은 80%까지 늘리고 이자는 기준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30년 상환을 목표로 하고 초반 15년은 이자만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또 청년들을 위해 전세금 대출의 원금 분할 상환방식 의무화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자본시장, 가상자산 모두 개인투자자 보호에 초점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서 주식,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대선 후보들도 자본시장과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약을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해당 분야의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내놓을 공약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매도를 향한 후보들의 발언들이 눈길을 끈다. 이재명 후보는 한국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수 없다는 이유로 공매도 폐지에는 반대의 손을 들었다. 대신 개인의 대차거래 수수료를 낮추고 거래 기간을 늘려 개인투자자 공매도에 대한 제약과 비용 부담을 완화해 개인과 기관투자자 간 차별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도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관에 비해 높은 담보 비율 등을 조정하고, 과도한 주가 하락 시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의 신사업 물적 분할 후 상장’ 문제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정책 제언을 냈다. 이들은 기업이 물적 분할 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앞선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후보의 경우 자회사 주식 우선 배정을 대책으로 내놨고, 윤 후보는 자회사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하는 신주인수권 부여를 제시했다.
자본시장 관련 공약은 두 후보가 당근과 채찍을 내놨다. 윤 후보는 주식양도세 도입 시점에 맞춰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3년부터 0.15%를 부과할 예정이나 이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양도소득세제 역시 보유 기간에 따른 우대 세율을 적용해 안정적인 장기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주가 조작이나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엄단해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의도적 허위공시, 내부자 거래 등에 대한 사후 처벌 강화 △시세조종 등 증권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 △금융감독원과 사법당국의 공조를 통한 사전 조사·수사 능력 확충 △증권집단소송제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공약도 내놓았다. 두 후보는 모두 선(先)정비·후(後)과세가 원칙이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투자자와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조속히 정비하고 입법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상자산업을 제도적으로 인정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보장하고, 객관적 상장 기준을 마련해 공시제도를 투명화할 예정이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보호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일단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 현행 250만 원인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5000만 원까지 완전 비과세로 적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하고, 불완전판매, 시세조종, 자전거래, 작전 등 코인 부당거래 수익 등은 사법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킹, 시스템 오류 발생에 대비한 보험 제도도 확대하고 디지털자산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할 방침이다.
두 후보는 모두 ICO(가상화폐공개) 허용도 검토한다. 단 투자자 보호를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ICO 허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윤 후보의 경우 IEO(거래소발행) 방식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ICO는 공개 주체가 사업자인 반면 IEO는 거래소가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서 검증자와 중개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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