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짝퉁은 없다.’ 명품 플랫폼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내 명품 감정팀을 두고 수백 개의 제품을 매일 체크하고, 가품 구매 시 보상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가품 확인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짝퉁이면 200% 환불? 의심 신고했더니 ‘정가품 감정 어렵다’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명품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 쇼핑을 통해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던 수요가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명품 플랫폼으로 쏠리고 있다.
그 덕에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업계 1위로 꼽히는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액 3500억 원을 달성하며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넘어섰다. 발란도 지난해 거래액이 315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트렌비는 거래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전년 대비 거래액이 3~4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명품 플랫폼 업계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짝퉁’ 차단이다. 백화점, 아웃렛 등 정식 판매처가 아닌 온라인에서 명품 구매 시 가품을 속여 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조상품 온라인 신고 건수(온라인 사이트 판매 건)는 7139건으로 집계됐다.
플랫폼 3사는 철저한 검수를 통해 정품 안정성을 높이면서 소비자의 안심 거래를 위해 정품 보장제를 시행 중이다. 정품이 아닐 경우 200% 환급해주는 정책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직접 정가품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불만이 커진다. 일부 플랫폼은 가품 의심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구매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확인을 받아야만 환불이 가능하다.
한국명품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개인 거래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가져와 감정을 받는 분이 많다”며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는 명품 상품 중에 감정해보면 가품으로 판명이 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올해 초 한 명품 플랫폼에서 향수를 샀다. 백화점에서 20만 원 넘게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명품 플랫폼을 통하니 절반 가격인 10만 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이 저렴해 걱정됐지만 정품이 아닐 경우 200% 환불해준다는 조건을 신뢰하고 구입했다.
하지만 받아본 제품의 상태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뚜껑이 삐뚤게 닫히고 분사구 부분에 까짐이 심했다. 정품과 비교했을 때 스티커의 상태도 크게 달라 보자마자 ‘가품이구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A 씨는 곧바로 제품 사진과 함께 구매한 제품이 가품으로 의심된다며 문의글을 올렸다. 플랫폼 측에서 제품을 회수해 정가품 여부를 확인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향수 제품은 정가품 감정이 어렵다’며 ‘상품에 대한 정확한 상담은 판매자의 안내를 통해 받아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A 씨는 “판매자에게 물어보면 정품이라고 답할 것이 뻔하고, 반품 비용도 10만 원이라 선뜻 반품하기도 어려웠다”며 “향수류는 정가품 감정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럼 가품을 팔아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이냐. 직접 소비자가 가품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처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결국 특허청에 민원을 접수했고 현재 확인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종 명품 플랫폼을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전혀 이용할 생각이 없다”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용했는데 구매한 제품의 정가품 여부도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이용할 바에는 비싸더라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한국은 해당 플랫폼 측에 향수류 정가품 확인이 어려운 이유와 보상 처리에 대해 문의했으나 ‘제한된 시간 내 확인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명품 플랫폼, ‘100% 정품 보장’ 확신할 수 없는 이유
명품 플랫폼이 정품 보증률을 높이고 있지만 100% 정품 보장을 확답하기 어려운 것은 병행수입(브랜드의 판권을 갖지 않은 업체가 상품을 수입하는 방식)과 일반 셀러의 구매대행 상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이나 개인이 현지에서 대리 구매해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고, 유통단계가 복잡해지는 만큼 가품이 섞일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도 “병행수입이나 셀러를 통한 상품은 100% 정품이라고 보장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명품 플랫폼 3개사 모두 병행수입과 일반 셀러의 구매대행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병행수입 오픈마켓인 머스트잇은 8000여 명의 판매자가 입점해있다. 발란은 1300여 개의 국내외 판매자(부티크,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공급 받고 있다. 트렌비 측은 전체 상품의 60%는 해외 지사 직원이 구매대행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며 20%는 글로벌 부티크, 나머지 20%는 셀러 및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받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상품 구성을 위해 병행수입과 일반 셀러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정품 보증을 위한 검증 과정에는 철저하다고 강조한다. 트렌비 관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회사 내부적으로 명품감정사팀을 갖고 있다. 감정사마다 하루에도 몇 백 개씩의 명품 감정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발란 측은 “파트너사 입점 시 수입신고필증, 부가세증명원 등 수입 증빙서류로 철저히 검증하고 주기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 보증서 발급으로 상품의 진품 여부를 보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최근 머스트잇 가품 적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각 판매자가 상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의 검수가 불가하지만 가품이 나올 시 200% 보장을 책임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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