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는 이번 주를 기다려왔다. 공모주 청약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공모주 투자에 뜸했던 그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금을 준비해왔다. 그는 늘 해왔던 듯이 최소 청약 증거금을 넣고 균등 배정(최소 증거금을 낸 모든 청약자에게 공모주 일반 청약 물량의 50% 이상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방식)을 노릴 참이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증권사에서 공모 청약을 할 것이냐가 문제였다.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만큼 일반 청약에서도 피 터지는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정 물량이 많다고 해서 주식 배정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 수가 얼마나 있느냐도 중요한 만큼 막판 마감까지 경쟁률을 지켜볼 심산이다.
직장인 B 씨는 자신이 넣을 수 있는 최대 청약 증거금을 넣어볼 요량이다. 그에게는 증권사가 어딘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비례 배정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정 물량이 많은 곳이 그에게는 타깃 증권사다. 18일 일반 청약이 시작됐지만, 여유롭게 19일에 청약을 할 예정이다.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돈을 좀 모은 투자자나 소액 투자자나 관심을 두고 있는 종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 예측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 단위 기관 주문액인 1경 5203조 원을 모았다. 또 경쟁률은 2023대 1로, 유가증권시장 IPO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도 77.4%를 기록할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인기를 방증했다.
이에 따라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서 한 달간 신규 계좌개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다. 증권사를 바꿔가며 중복 청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청약을 할 증권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투자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주라도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기 위한 눈치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KB증권은 물량은 가장 많이 확보했지만, 가입자가 많아 균등배정에 있어 불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18일 “공모주 청약과 계좌개설량 증가로 금융결제원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에 과부하가 발생했다”고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신분증 인증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는 등 일반 청약 공모 첫날 난리가 났다.
또,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가입자는 많은데, 물량이 적어 18일 기준 청약을 진행한 증권사 중 가장 경쟁률이 높았다. 결국 최종 추첨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지만, 최소 증거금으로만 청약한 투자자들 대부분은 공모주를 한 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직장인 C 씨는 “좀 더 기다렸다가 경쟁률을 보고 청약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가입자 수가 적은 신영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에서 청약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는 얼마나 될까.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가치가 100조~120조로, 공모가(30만 원) 기준 예상시가총액 70조 원보다 42~71%가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판매는 자동차 판매량에 연동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차량을 많이 팔 수 있는 자동차 메이커가 좋은 고객”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2020년 기준 완성차 판매 상위 6개 업체 중 토요타를 제외한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또 “2025년 이후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업체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증설에 소극적인 1위 업체 파나소닉보다는 LG에너지솔루션이 더 큰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투자해봐도 좋을까. 한 증권사 직원은 “상한가는 한 번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답변은 여기까지였다. 상장 첫날 급등했다고 주가가 계속 상승할지는 의문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가 투자설명서에도 나와 있듯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과 수익성이 감소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3년간 큰 폭의 매출 성장에도 2019년과 2020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며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은 당사 배터리가 탑재된 EV와 ESS의 리콜 조치에 따른 판매보증 충당부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매보증 충당부채는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 중 하나”라며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판매보증 충당부채 발생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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