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삼성전자의 IP센터장 수장이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퇴직 후 1년 만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 시끄럽다. 그는 10여 년간 삼성전자 특허 분야 수장을 맡으며 애플과의 7년 특허전쟁도 이끌었고, 화웨이 등을 상대로 한 굵직한 소송전도 총괄한 바 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시리즈, 갤럭시 버즈 등에 사용된 스마트폰 음성인식기술이 음향기기 및 이어폰 전문회사인 스테이턴 테키야(Staton Techiya)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미국서 1주일에 한 번꼴로 특허소송 당해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특허권을 공동 소유하는 경우, 특허침해 소송을 공유자 전원이 제기해야 한다. 안 전 부사장의 ‘시너지 IP’와 ‘스테이턴 테키야’는 2021년 11월 8일 자신들의 10건의 보유특허를 내세우면서 미국 텍사스 동부 법원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원래는 10건의 특허 모두 스테이턴 테키야의 단독소유였다. 시너지IP가 적극적으로 특허소송에 참여하기 위해 스테이턴 테키야의 특허권의 지분 일부를 양도받은 걸로 추측된다. 특허로 친정을 공격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의 대기업들은 이미 특허괴물(patent troll)이나 NPE(Non-Practicing Entity)로 불리는 특허자산관리회사로부터 수많은 특허침해소송 공격을 당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1주일에 한 번꼴로 특허소송을 제기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특허괴물이나 NPE라고 부르는 ‘특허자산관리회사’는 특허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특허자산관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개발이나 생산, 제조 활동보다 향후 문제가 될 만한 다양한 특허를 매입하고, 매입한 특허로 제조회사 등을 공격해 배상금을 받아내거나 라이선스를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크게 이슈가 된 사례가 있다. 2016년 카이스트의 자회사인 KIP(Kaist IP)가 자신들이 보유한 핀펫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일이다. 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4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고, 이후 동부지법은 최종 2억 달러를 삼성전자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결국 사건은 2020년 9월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됐지만, 합의금만 1000억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진출하려면 꼼꼼한 침해분석 필수
특허소송은 왜 미국, 특히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는 걸까. 우선 미국은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이 가능하다. 포럼 쇼핑이란 유리한 재판관할권을 찾아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특허권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빠른 판결 및 높은 배상금액의 판결로 유명하기 때문에 NPE가 이곳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자체가 친특허(pro-patent)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고의나 악의적 침해에서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침해자에게 침해 증거를 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증거개시절차(Discovery) 및 배심제도’는 피소된 기업에게 엄청난 소송의 리스크와 부담을 줄 수 있다. 때문에 NPE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월적인 지위에서 피소된 기업들과 라이선스 체결을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21만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해 6천여 건의 국내 특허 및 6천여 건의 미국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E로부터 매주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당하는 이유는 뭘까. 원칙적으로 특허를 보유하는 것과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 하나의 제품은 수많은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당 제품에 어떤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일부의 구성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할 뿐 나머지 모든 구성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즉 하나의 제품 일부의 구성품에 대하여 특허를 보유하였다고 할지라도 전체 구성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한 특허침해 이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미국에서의 특허침해 소송은 일단 시작되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패소자가 승소자의 소송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이겨도 소송비용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 진출 예정인 기업이라면 잠재적인 특허분쟁 리스크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해당 제품의 주요 특징에 대한 꼼꼼한 침해분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FTO(Freedom-to-Operate) 분석이 일례일 수 있다.
FTO는 실시자유분석 또는 특허침해분석으로 지칭되는 것으로, 해당 제품이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법률의견서를 말한다. 기업은 FTO 분석을 통해 자사의 실시 제품이나 기술이 미국에서 유효한 타인의 특허권 범위를 침해하는지 미리 파악함으로써, 특허침해 위험을 낮추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잠재적인 특허침해 이슈가 있다고 판단 시 특허권자와의 우선 협상이나 회피 설계를 고려해 볼 수 있고, 나아가 해당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하여 미리 리스크에 대비해 볼 수 있다. 분쟁에 대한 최고의 대비는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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