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신년을 맞아 생존을 위한 각오가 비장하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올해도 이어지는 데다 온라인 시장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져서다. 생존을 고민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그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목표로 했는데, 흥미롭게도 이들이 올해 전략에서 방점을 찍은 건 ‘오프라인’이다.
#‘신세계 유니버스’로 고객 시공간 점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월 3일 발표한 2022년 신년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디지털로의 피보팅(환경에 따라 사업 전략을 바꾸는 것)”이라며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실천 방안으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때 “신세계 유니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신세계그룹이 확보한 최대 강점이 오프라인 인프라인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거다.
오래된 대형마트 점포를 리뉴얼하는 건 오프라인 인프라 강화의 일환이다. 14일 대구 1호점인 이마트 성서점은 개점 24년 만에 ‘미래형 점포’로 재탄생했다. 성서점은 매장 1층 전체를 신선·가공식품으로 채우고, 식품 매장 규모를 기존 대비 27% 이상 늘렸다. 비식품 매장을 줄여 만든 빈 곳에는 SSG닷컴의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PP(Picking&Packing) 센터’를 확장했다. PP 센터 규모는 기존 99㎡(약 30평)에서 1455㎡(약 440평)로 대폭 늘어났다. 최훈석 이마트 성서점 점장은 “리뉴얼의 핵심은 고객 관점의 혁신과 더불어 대형마트가 나아가야 할 미래형 매장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맥스·제타플렉스로 환골탈태
롯데쇼핑은 마트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시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1월 18일 새로운 창고형 마트 브랜드 ‘맥스(Maxx)’를 공개했다. 롯데마트는 2012년부터 회원제 창고형 마트 ‘빅(VIC)마켓’을 운영해왔지만, 실적이 부진하자 점포를 5개에서 2개(지난해 9월 기준)로 대폭 줄였다. 빅마켓을 정리하는 듯했던 롯데마트는 창고형 마트의 성장성에 주목해 폐점 대신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의 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은 5조 원을 넘어섰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 5400억 원을 기록했다. 트레이더스 점포 수도 2015년 15개에서 2021년 20개로 꾸준히 늘었다.
롯데마트는 1분기 중에만 전주 송천점(개점일 1월 19일)·광주 상무점(1월 21일)·목포점(1월 27일)·창원중앙점(3월 중) 4개의 신규 맥스 점포를 개장한다. 남아 있는 빅마켓 2개 점(영등포점, 금천점)도 3월까지 맥스로 개편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맥스는 단독 상품(PB) 비중을 전체의 50%로 늘리고, 제품 용량을 3~4인용으로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한샘, 하이마트, 와인 전문점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매장이 함께 입점해 소비자가 맥스 안에서 필요한 제품을 전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특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맥스는 빅마켓처럼 회원제가 아닌 개방형”이라며 “2023년까지 맥스 점포를 20개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일반 대형마트도 파격적인 형태로 리뉴얼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바꿨다. ‘원하는 것은 다 있다’는 콘셉트의 롯데마트표 미래형 매장 제타플렉스는 매장 1층의 70%를 와인 전문점으로 구성하고, 수산 매장엔 수족관을 설치하거나 샐러드만 150여 종을 판매하는 등 일반적인 대형마트와는 크게 다르다.
#마트 안에 수영장…홈플러스의 실험
홈플러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우선 올해 안에 인천 간석점·청라점·서울 월드컵점 등 17개 점포를 리뉴얼할 계획이다. 리뉴얼 매장에선 신선식품을 강화한다. 상품 구성에서 식품과 비식품 비중을 기존 5:5에서 6:4로 바꾸고, 주문 즉시 음식을 만드는 ‘오더 메이드’ 존을 확대한다. 소비자의 동선을 고려해 입구 쪽에는 베이커리, 델리 등 조리된 식품을 배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홈플러스는 자산 유동화를 위해 매각한 점포에 재투자하는 방안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홈플러스는 지난 2년간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부산 가야점 등 알짜배기 점포를 연이어 매각했다. 점포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한 홈플러스는 방향을 바꿔 점포를 매각한 자리에 들어선 건물에 다시 ‘미래형 대형마트’를 여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라며 “자산 유동화 점포로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재오픈으로 성장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래형 매장으로 재오픈하는 첫 번째 대상은 부산 가야점으로 결정됐다. 다만 점포 매각 후 새 건물이 올라와야 하는 만큼 재오픈까지는 약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점포의 빈 공간을 체험 시설로 채우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인천 논현점 지하 2층에 문을 연 어린이 수영장 ‘엔젤크루 키즈 스위밍’이 그 예다. 1월 1일 경남 창원의 마산점에는 키즈카페 ‘몬스터파크’가 들어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체험을 하면서 고객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들이고 있다”며 “어린 자녀를 둔 고객의 자연스러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해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고객 수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포에 힘을 쏟는 전략이 다소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맹명관 중소기업현신전략연구원 전임 교수는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아직은 오프라인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그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인력, 설비 등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다. 유통업계 경영진의 빠른 결정과 실행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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