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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과 추경을 동시에? 한은·기재부 합작 '폴리시믹스' 엇박자

작년 7월 상이한 정책 방향이 혼선 아님을 강조…새해 시작하자 차이 벌어져

2022.01.14(Fri) 17:44:19

[비즈한국]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7월 회동에서 거시정책 대응 방안으로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 조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폴리시믹스란 재정당국(기재부)과 통화당국(한은)이 서로 다른 정책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경제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일을 의미한다.

 

지난해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총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 의원들의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홍 부총리와 이 총재의 폴리시믹스 언급은 기재부가 확장적 정책을 추진하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반된 흐름이 혼선이 아님을 시장에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었다. 당시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또 기재부와 한은이 서로 정책 속도를 조절한 덕분에 폴리시믹스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물가 급등에 예산 신속 집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재부는 설 전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리고 나섰다. 6개월 전에 비해 정부의 돈 풀기 규모는 커지고, 한은의 돈줄 죄기 속도는 빨라지면서 폴리시믹스가 아닌 정책 엇박자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해 7월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 조찬 회동을 가진 뒤 보도자료를 통해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폴리시믹스 등 거시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재정·통화 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기재부는 계속해서 시장에 돈을 풀고, 한은은 돈줄을 조이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여당의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저항하며 돈 풀기 규모를 조절했고, 한은 역시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경기도 성장과 안정을 어느 정도 이루는 폴리시믹스 효과를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재부와 한은의 폴리시믹스가 6개월 만에 균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추경 전쟁이 폴리시믹스에 타격을 준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퍼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회복세가 삐걱거리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새해 시작과 동시에 추경 편성 목소리를 높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오늘은 670조 원 규모의 2022년도 본예산을 집행하는 첫날”이라며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는 추경에 관해서는 경청할 필요도 있지만 추경 자체는 필요성이 일차적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수가 정부 기존 예상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당에서 추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간 세수는 지난해 본예산보다는 최소 58조 4000억 원, 2차 추경 예산안 보다 최소 26조 8000억 원 많은 34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13일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하루 뒤인 14일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며 “추경안을 신속히 준비해 설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기재부는 14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본격 돌입했다. 대선을 고려한 추경에 연초 예산 신속 집행까지 더해지면 정부의 돈 풀기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반면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으로,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1.25%)에 이르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외 사정상 앞으로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 소비자물가는 7.0% 급등해 4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대 과제로 천명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네 번까지도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줘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은은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돈 풀기로 불어난 가계 부채, 물가 급등 등을 막기 위해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에 4.71%였으나 2021년에는 12.77%로 급등했다. 이는 돈줄 조이기에 들어간 미국(4.80%→12.87%)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중국(8.17%→8.26%) 일본(3.32%→4.12%) 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

 

유동성 증가는 가계 부채 급등과 함께 물가 상승을 초래했고, 가계부채와 고물가는 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시한폭탄이 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 기재부와 한은은 폴리시믹시를 선언한 지 6개월 만인 14일 각각 14조 추경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하면서 정책 엇박자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경제계 관계자는 “여야 모두 대선에서 표를 얻어야 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은 정권 초 경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기 둔화를 강조하고 각종 부양책을 쏟아낼 것”이라며 “반면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세나 물가 불안을 강조할 수밖에 없어 경기 판단은 물론 정책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 충돌이 심해지면 추경 집행이나 기준금리 인상 모두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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