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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2P 신화 '탑펀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와 수상한 커넥션 의혹

한 때 연체율 0% 공시로 화제, 형사고소 1년 넘게 수사 진척 더딘 배경 석연치 않아

2022.01.14(Fri) 18:04:47

[비즈한국] 한 때 연체율 0%란 공시로 화제를 모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업체 ‘탑펀드’가 돌연 폐업한지 1년을 훌쩍 넘었지만 더딘 수사속도에 사건의 진실규명이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선수로 지목된 이 아무개 씨가 탑펀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금액으로 주가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관계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탑펀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이 회사는 2020년 10월 폐업했음. 사진=탑펀드 홈페이지


탑펀드는 2018년 P2P금융 플랫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유망한 중소기업들에게 대출해주고 연 15% 안팎의 고리 이자를 지급한다며 펀드상품 수백개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승승장구하던 탑펀드는 2020년 10월 돌연 폐업했다. 30여 펀드상품의 대규모 상환지연 때문이었다. 펀드상품에 모집된 총 금액 약 1300억 원 중 이달 현재까지 투자자들에게 미상환된 금액은 약 346억 원, 피해 투자자는 2200여 명에 달한다. 

 

폐업한 상태임에도 탑펀드 인터넷 홈페이지는 계속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업장 주소와 연락처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탑펀드는 영업 당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에 대한 안전장치로 코스닥 상장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법무법인이 채권추심 과정에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피해자모임은 탑펀드가 내세운 안전장치가 현재 전혀 소용없는 상태라고 성토한다. 최초 지급보증사인 코스닥 상장사 포티스는 2020년 감사거절로 코스닥시장에서 주식거래 정지 후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어 탑펀드가 포티스에 이어 지급보증사로 내세운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테크놀로지도 주식거래 정지 상태이며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해부터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결국 탑펀드가 약속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투자 피해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추심 관련 법적분쟁 담당 법무법인 소속 김 아무개 변호사는 아리온테크놀로지 감사를 겸임하다 2020년 말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가 채권추심 관계에 있는 채권자와 채무자 업체에 동시에 소속돼 있었던 셈이다. 

 

특히 피해자모임은 탑펀드의 영업 끝무렵이었던 2020년 8월 지급보증사인 아리온테크놀로지 새 대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선수로 지목된 이 아무개 씨가 취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때까지 아리온테크놀로지 대표를 맡았다. 

 

복수의 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은 “탑펀드가 새로운 지급보증사로 변경한 직후 이 씨가 아리온테크놀로지 새 대표로 취임했다. 정황상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선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씨가 탑펀드와 공모해 아리온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주가조작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모임은 미상환금 대부분이 건실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30여 페이퍼컴퍼니에 투자되는 과정에서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모임은 피해 투자금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페이퍼컴퍼니로 입금된 자금을 탑펀드와 공모 관계인 메이크메이커라는 광고대행사 계좌를 거쳐 이 아무개 탑펀드 대표 계좌나 다른 법인 계좌와 지급보증사를 표방한 아리온테크놀로지로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투자금 창구 역할을 했던 메이크메이커 역시 현재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투자 피해자들 중 1차로 150여 명은 탑펀드 이 대표를 2020년 10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형사고소했다. 피해규모가 수억원 이상인 개인과 법인투자자 등 100여 명은 개별적으로 탑펀드 대표와 설계자로 거론되는 장 아무개 씨, 페이퍼컴퍼니 설립 주도자로 지목되는 유 아무개 씨 등과 종범 10여명을 수사 의뢰했다. 

 

이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에게 미상환금에 대한 상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투자대상 중소기업들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고 실제로 사업을 했던 곳이다”라고 짧게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속도가 느려 피해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차 형사고소가 이뤄진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압수수색이나 검찰 송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경찰 담당자가 변경된 상태다. 

 

이렇게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것에 대해 피해자모임은 사기 주범들과 정관계 커넥션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탑펀드 설계자로 거론되는 장 씨는 현직 장관인 여권 거물급 정치인 측에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대 편의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 이러한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탑펀드와 같은 P2P 업종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주기적으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탑펀드에서 근무했던 준법감시인은 금감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부국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탑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주범 중 한 명이 다른 주가조작을 일으키려 시도한 정황이 있다. 아리온테크놀로지, 포티스 등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들과 정관계 인사, 특정 저축은행 등도 얽혀 있다. 이 사건은 반드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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