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국의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가 론칭한 하이엔드 수제버거 레스토랑 ‘고든 램지 버거’가 1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이번에 롯데월드몰에 들어선 고든 램지 버거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오픈한 곳으로, 아시아에선 첫 매장이다. 무엇보다 대중의 이목을 끈 건 일반적인 수제버거를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다.
고든 램지 버거 단품 가격은 2만 7000원~3만 3000원대로 책정됐다. 수제버거임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1966 버거’의 가격은 무려 14만 원에 달한다. 한우로 만든 패티에 채끝등심, 트러플 슬라이스 등 고가의 재료가 들어가서다. 버거뿐만 아니라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즈(1만 9000원)’, 셰이크(1만 1000원~1만 3000원) 등 사이드 메뉴 가격도 만만치 않다. 만일 두 명이 와서 1966 버거와 ‘헬스키친 버거(3만 3000원)’, 프라이즈, 셰이크 등을 주문하면 한 끼에 20만 원 넘게 쓰는 셈이다. 그래서 오픈 전부터 가격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예약조차 어려울 만큼 고든 램지 버거를 찾는 사람이 많다.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에선 2월 12일까지 모든 예약(2인 기준)이 마감됐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가오픈 기간에도 2000명이 넘는 이들이 예약했다. 정식 오픈 첫날에는 영업 전 시간인 오전 8~9시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가오픈 기간을 포함해 문을 연 지 2주, 고든 램지 버거의 인기는 여전하다. 12일 오후 4시경 방문한 매장은 평일에 식사시간이 아닌데도 사람이 가득했다. 약 20분이 지나고 빈자리가 나기 시작하자 매장 앞엔 순식간에 줄이 생겼다. 매장을 찾은 고객은 20~30대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음식이 나오면 “유튜브에 나온 제품”이라며 신기해하거나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젊은 층이 부담스러운 가격을 감수하면서 고든 램지 버거를 찾는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값어치를 하는지’ 궁금해서, 둘째는 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 흥미로운 점은 고든 램지 버거 매장 내에 인증샷을 ‘독려’하는 기기가 설치된 부분이다. 기기 화면에는 #고든램지버거 #고든램지버거잠실 #고든램지버거롯데월드몰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뜬다. 인스타그램에 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올린 소비자는 게시한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다. 엽서 크기로 출력된 사진의 프레임에는 버거를 들고 미소 짓는 고든 램지가 함께 인쇄돼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고든 램지 버거는 반짝 인기에 그칠까, 아니면 최상급 수제버거 영역을 개척해 자리 잡을까. 지난 2주간 SNS에 올라온 후기를 통해 예측해봤다. 먼저 SNS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를 통해 12월 30일~1월 12일 사이 ‘고든램지버거’ 키워드로 인스타그램·트위터·블로그 3개 채널에 올라온 게시글을 분석했다.
3개 SNS 채널을 통틀어 가장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 날은 가오픈 둘째날인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2주간 가장 많이 나온 긍·부정 키워드는 ‘맛있다(긍정)’와 ‘비싸다(부정)’였다. 그 뒤로 ‘먹고 싶다’ ‘호감’ ‘비싼 값’ ‘잘 어울리다’ ‘핫하다’ 등의 키워드가 이어졌다. 분석 채널을 인스타그램으로 한정했을 때에도 ‘맛있다’는 키워드가 우세했다.
주요 키워드와 더불어 눈여겨볼 점은 긍·부정 반응 비율이다. 3개 채널에 올라온 후기를 합산해 분석했을 때 ‘긍정’ 비율이 61%로 가장 높았다. ‘부정’은 30%, ‘중립’은 9%였다. 비싼 가격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가 30%에 달하긴 하지만, 비싼 만큼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상세한 후기를 살펴봤다. 13일 오후 6시 30분 기준 인스타그램에 #고든램지버거잠실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글은 529개, #고든램지버거롯데월드몰로 올라온 글은 340개였다. 최근 후기 위주로 보면 매장 분위기와 맛이 좋다, 한번쯤 경험해볼 만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3만 원도 너무 비싸다”거나 “웨이팅 하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다” “버거킹이 낫다”는 혹평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1만~2만 원대 수제버거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 3만~14만 원의 초고가로 승부수를 던진 고든 램지 버거의 인기는 이어질 수 있을까. 초고가·고급을 내세운 콘셉트가 국내서 통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금은 좀 더 우세하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외식프랜차이즈 MBA 교수는 “영리한 가격 전략을 세웠다. 3만 원도 비싸다고 느끼던 소비자는 14만 원짜리를 보면 3만 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고든 램지 버거는 가격을 이용해 스스로를 명품처럼 만들었다. 한국 소비자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시장을 잘 파악해 들어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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