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가장 보통의 투자] "바보도 경영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

잇단 경영진발 악재에 개인 투자자만 피해…변수 많은 CEO보다 기업 펀더멘탈이 중요

2022.01.13(Thu) 10:39:58

[비즈한국] 지난 2011년 1월 17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러운 병가 소식은 전 세계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2004년 췌장암 수술, 2009년간 이식 수술에 이은 세 번째 병가였지만 2011년 소식은 ‘되도록 빨리’​라는 말만 남기고 복귀 시한을 정해놓지 않아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그동안 애플의 ‘​혁신 리더십’​을 기대해왔던 시장은 이제는 잡스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다음 날 열린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고, 애플 주식이 두 번째로 상장된 독일 증시는 급락한 애플 주가로 인해 8% 하락 마감했다. 애플사 하도급업체들의 주가도 아시아 증시에서 떨어졌다. 결국 그해 10월 5일 잡스는 타계했고, 이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오히려 실적이 급등했다는 긍정론도 있다. 이처럼 CEO리스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잇단 경영진발 악재가 불거지는 가운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개인 투자자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CEO리스크’​가 화두로 올랐다. 카카오페이부터 신세계, 오스템임플란트에 이르기까지 CEO리스크가 불거지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했다. 지난 11일 국내 증시에서는 카카오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600원(1.66%) 급락한 9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이달 3일만 해도 11만 원대였던 주가가 일주일새 9만 원대까지 주저앉은 것. 카카오의 급락 배경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의 먹튀 사건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가 상장한 지 약 한 달만이자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인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878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경영진들이 상장 한 달 만에 보유주식을 매도하면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여파는 카카오뿐만 아니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의 주가도 줄줄이 흘러내리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10일 전 거래일 대비 6.80% 급락해 마감했다. 이마트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세계 관련 종목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멸공 발언을 하면서부터다. 정 부회장이 ‘반공방첩’​, ‘​멸공’​, ‘​승공통일’​ 등을 해시태그로 올리며 관련 게시물을 게재하자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등 멸공 챌린지에 불을 붙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신세계 불매운동과 함께 스타벅스도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었다. 이후 정 부회장은 ‘​멸공’​​ 논란 수습에 나서며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관련 종목의 시가총액은 수천억 원 증발하고 난 뒤였다.

 

8년 만에 횡령 사건이 다시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도 경영진의 부실 경영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간 큰 직원이 수천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는 동안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은 마비돼있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투자자들은 그렇게 큰돈을 한 명의 직원이 횡령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직원 횡령에 회사 윗선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쨌거나 이들 리스크는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짊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이 주식 투자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기업에 대해 잘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은 당연하고, CEO나 경영진에 대해서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조언이다. CEO의 가치관이나 경영전략 등에 따라 기업의 미래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CEO리스크를 미리 점칠 수 없고, CEO에 대해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언론 노출이 자주 되는 CEO라면 ‘과대포장’이 됐을수도 있고, 은둔형 CEO라면 동향 파악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혹자는 CEO보다는 기업문화나 혁신 가능성이 기업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CEO리스크가 생각보다 큰 변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바보도 경영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CEO를 평가하기 어렵기도 하고, 변수가 많아서 좋은 CEO를 찾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고 선진적인 기업 경영 시스템이 있는 회사를 찾아보라는 조언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류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혁신하고 있는가. 투자에 앞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일개미의 꿈 '슈퍼개미'는 왜 신기루일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상따 할아버지' 기다리는 주린이를 위한 새해 조언
· [가장 보통의 투자] 찬바람 불면 호빵 대신 배당주, 지금 사도 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나의 데이터가 너의 데이터 되지 않도록 '마이데이터'
· [가장 보통의 투자] '따상' 노리는 공모주 청약, 왜 생각대로 안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