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NS를 통해 연일 멸공 발언을 쏟아내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까지 뒤흔든 지난 일주일의 논란은 신세계·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노 빠꾸(물러나지 않음)’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정치권과 소비자 불매운동에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멸공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싫어요’에서 ‘승공통일’까지…지지 않는 정용진
1월 11일 오전, 정용진 부회장은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불매운동 포스터를 올렸다. 게시물에는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그는 바로 이어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기사를 올리면서 ‘○○’이라고 썼다. 논란이 확신되자 내부에서 자제해달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멸공이라는 단어 대신 ‘○○’을 썼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이후 정 부회장은 북한 미사일 기사 관련 게시글을 2시간여 만에 삭제하고, 불매운동 포스터 게시물에 달린 글은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로 교체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언론에 “내부에서 밖의 분위기를 정 부회장에서 전달하면서 포스터를 보냈고, 정 부회장이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를 공개한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SNS를 통해 공산당, 반공민주정신, 콩(공산당 지칭) 등을 지칭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멸공’을 언급한 건 올해 1월 2일 숙취해소제 사진에 ‘새해에는 이거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멸공’이라는 멘트를 덧붙인 게시글이다. 이후 6일 ‘멸공’, ‘방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게시물을 인용한 언론 보도와 커뮤니티 글로 논란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부회장의 SNS에 올라왔던 게시글 다수는 12일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매장을 찾아 멸공을 연상시키는 멸치와 콩을 구입했고, 이어 야당 인사들이 잇따라 멸치와 콩 관련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가 지속되고 있다. 여당 인사들은 SNS에 스타벅스 불매를 인증하는 등 맞불을 놓으며 반응하고 있다.
#철 지난 색깔론이 불매·구매운동 동시 촉발
이런 상황 속에서 오너 리스크에 대한 신세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정치권의 반응과 소비자 불매운동의 여파가 실제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의 SNS 발언이 주가에 반영되자 손해를 입은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비판과 함께 집단소송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5% 하락한 13만 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중국에 법인을 세우고 중국시장을 공략해온 만큼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 이마트는 14만 6500원으로 1.68% 하락했고 신세계푸드는 7만 6200원으로 2.43% 하락, 신세계I&C가 17만 9000원으로 2.72% 하락하는 등 계열사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다. 다만 10일 6.8%로 크게 추락했던 신세계 주가는 11일 2.58% 반등해 23만 9000원에 마감했다.
일반적인 오너 리스크와 달리 이번 사례는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특이점을 갖는다. 온라인에선 찬반 갈등과 함께 반대 의견은 불매운동을, 찬성 의견은 구매운동을 하자는 분위기가 각각 달아오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노브랜드, 이마트24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로고를 이용해 불매·구매운동 포스터를 만들어 게시하고 이를 실천한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불매운동이 잠깐의 이슈로 지나갈지, 확산되어 실제 매출 하락 등 악재로 작용할지 관심을 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총수의 SNS 활동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조마조마하다. 실제 정 부회장의 SNS가 자사 제품과 야구단을 홍보하고 대중에 서민적인 모습을 보일 땐 긍정적인 반향이 컸지만 지금처럼 정치권과 대중을 갈라치기 하는 식의 접근은 너무 위험하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국민 기업인데, 오너의 일탈을 관리 못 해서 경쟁사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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