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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웹소설 시장, 장애인차별금지법 왜 안지킬까

대체 텍스트 지원 미흡, TTS 기능도 미제공…정당한 사유 없으면 법 위반 가능성 '충분'

2022.01.07(Fri) 15:35:51

[비즈한국] 최근 웹소설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형 웹소설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 페이지에 중증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저시력 장애인들의 접근이 불편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21년 12월 기준 네이버 시리즈에서 서비스 중인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의 총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 9000만 뷰, 총 누적 매출액은 150억 원에 달한다. 현대 판타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도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억 5400만 뷰 이상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인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역시 웹소설과 웹툰을 합쳐 글로벌 누적 조회수만 142억 뷰에 이르며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이처럼 고공행진하는 웹소설 콘텐츠의 인기몰이로 2013년 200억 규모이던 웹소설 시장은 2018년 약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5년 만에 약 40배의 급성장을 이룬 셈이다.

 

매년 급성장하는 웹소설 플랫폼를 둘러싸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체 텍스트 지원 미흡, TTS 기능 미제공

 

이러한 웹소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증 시각장애인이나 약시 등 저시력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중증 시각 장애인은 대체 텍스트를 소리 내 읽어주는 안드로이드의 톡백(TalkBack)이나 아이폰의 보이스오버(VoiceOver) 등에 의존해야 한다. 시각 장애인이 원활하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려면 플랫폼 측이 화면 속 이미지나 텍스트에 각각에 대응하는 대체 텍스트를 필수로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웹소설 분야 양대 대형 플랫폼인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모두 앱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각 장애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증 시각장애인 김대근 씨는 “네이버시리즈의 경우 약관의 ‘동의하기’ 버튼에 대체 텍스트가 달려 있지 않아 화면을 다 쓸어보면서 만져봐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며 진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지 역시 결제부터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안 상 숫자 블록의 순서가 뒤섞여 있는데 각각의 숫자에 대체 텍스트가 달려있지 않아 패스워드를 입력할 수 없었다는 것. 

 

전자책 콘텐츠가 활성화하고 웹소설이 주류문화로 떠오르는 시점에 여전히 시각 장애인들은 외면받고 있다. 김 씨는 “비장애인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웹소설을 읽고 즐길 수 있지만 저희한테는 접근조차 허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이한혁 씨도 "웹소설이 재밌는 게 많다고는 들었지만 접근이 차단돼 있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 웹소설 플랫폼들이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만 집중하고 이를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한 장애인들의 편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약시 등 저시력 장애인의 경우 중증 시각장애인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웹소설 페이지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장벽은 또 있다.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모두 텍스트 음성변환(TTS)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서다.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저시력 장애인의 경우에도 책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으면 독서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TTS 기능이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있기는 있지만 웹소설 장르는 누락된데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웹소설 오디오북도 고작 11편이 전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웹소설 플랫폼 이용 빈도는 카카오페이지(68.7%), 네이버시리즈(47.5%), 네이버웹소설(44.3%) 순으로 높다. 독자들은 메뉴 구성이 편리한 플랫폼을 가장 선호(56.5%)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는데 앱 접근성이 이용빈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 웹소설 플랫폼의 앱 접근성은 시각장애인에게는 편리가 아니라 장벽으로 작용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거나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대형 웹소설 플랫폼도 배리어프리 서비스 환경 갖춰야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배리어프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5만 2324명으로 이들은 전자정보 시장에서 배제된 약자다.

 

이들은 결국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시각장애인 963명이 대형 유통회사에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갖추라며 소송을 낸 끝에 21년 2월 법원이 “대체 텍스트 미흡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며 “원고 1명당 10만 원씩 지급하고 6개월 안에 온라인몰 상품 정보 등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정보통신업자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이 접근성 지침 준수 여부를 객관적으로 심사해 ‘모바일 접근성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접근성 인증마크’를 부여받는 것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접근성이 떨어져도 알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복지대학교 유니버설디자인과 곽봉철 교수는 “기술적인 투자를 새로 해야 하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수요가 뚜렷히 잡히지 않기 때문에 앱 접근성 인증에도 소극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참작될 수 있다.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접근성을 개선하지 않는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게 확실하고 소송을 할 경우 승소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웹소설 플랫폼들이 장애인들에게 이용 상 편의를 제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꼭 공공이 운영하는 게 아니더라도 다수가 이용하는 분야나 시설에 대한 강제조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에 대해서는 당연히 접근성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며 “해당 기관이나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문화적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오윤희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인간의 기본권인 사회권에는 문화향유권이 포함되기 때문에 TTS 기능을 포함한 시각 장애인들의 앱 접근성 개선 요구는 당연한 요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시리즈 관계자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TTS 기능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이며 장애가 있는 사용자도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카카오 페이지 관계자는 “접근성 인증마크를 별도로 받지는 않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한 TTS 기능 도입부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민 인턴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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