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싸이월드 재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될 블록체인 서비스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기존 ‘싸이도토리’가 싸이월드 생태계를 구축할 메인넷 토큰이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를 개발하던 베타랩스 대표가 해임됐고, 그사이 싸이월드제트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싸이월드제트와 베타랩스간 맺은 양해각서(MOU)가 법적 효력을 지닌다는 의견이 복수의 법무법인으로부터 나오게 되면서 싸이월드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싸이월드제트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재건을 위해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자신분증 시스템, 싸이페이, 광고, 쇼핑, OTT 서비스, 음악 등 향후 운영될 모든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히고 암호화폐를 발행해 사업을 운영할 구상이었다. 싸이월드제트는 지난해 3월 블록체인 기술지원 업체인 베타랩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업체는 1개월 뒤 본계약을 진행했다. 베타랩스가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싸이월드 콘텐츠 및 브랜드를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베타랩스는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한 메인넷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앱)인 DApp(디앱) 개발에 나섰다. 싸이도토리 백서에 따르면 새로운 싸이월드는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싸이월드 클래식, 싸이클럽, 싸이도토리 마켓플레이스 등 세 가지 핵심 서비스를 바탕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싸이월드 클래식은 1999년 런칭한 오리지널 플랫폼을 3D 및 모바일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싸이클럽은 커뮤니티 콘텐츠와 콘텐츠 스트리밍으로 운영되는 SNS 플랫폼이며, 싸이도토리 마켓플레이스는 유저간 암호화폐를 통해 아이템과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베타랩스는 암호화폐인 싸이도토리(DOTR)를 활용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싸이도토리는 싸이월드가 확대해 나갈 비즈니스 모델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한 싸이월드 메타버스의 기축통화다. 싸이도토리는 싸이월드 클래식, 싸이클럽에서 이용자 간 암호화폐를 통해 아이템과 콘텐츠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향후 싸이도토리 마켓플레이스에 상장된 코인과의 스와핑, DID(전자 신분증 시스템), 싸이도토리 기반 디앱 인프라 구축, 클라우드 시스템 연계가 가능한 독립 네트워킹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싸이월드제트는 최근 베타랩스의 수장이었던 김호광 전 싸이월드제트 각자대표를 지난해 12월 20일부로 해임했다. 김 전 대표의 해임 배경을 두고 업계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본인은 언론을 통해 “일부 경영진이 약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시도해 이를 지적한 결과로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싸이월드제트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슈퍼컴퓨팅(DSC) 개발 업체 ‘코넌코리아’와 지난해 12월 30일 블록체인 기술을 싸이월드 메타버스 환경에 적용하는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했다. 두 업체가 손을 잡으면서 싸이월드가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발행된 싸이도토리 대신 다른 암호화폐가 발행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싸이월드제트는 암호화폐를 새로 발행하거나 기존 코인의 이름을 바꾸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싸이월드와 관련된 주식, 암호화폐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코넌코리아 역시 코넌이라는 암호화폐를 발급해 운영 중이기 때문에 해당 기사로 인해 코넌에 투자한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싸이월드제트와 코넌코리아가 정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싸이도토리는 현재 복수의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국내 거래소에도 이미 싸이도토리가 메인넷 토큰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문서들을 보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싸이월드제트와 베타랩스가 체결한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한국이 단독으로 입수한 양해각서 효력 등에 대한 검토 결과서 2건에 따르면 두 법무법인 모두 두 업체가 체결한 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싸이월드 및 싸이월드 서브 브랜드의 가상자산 발행 권한 및 운영권과 싸이월드 로고 CI 사용권뿐만 아니라 SSO(Single Sign On, 한 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사이트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관한 권한, 싸이월드 플랫폼과의 연동 및 콘텐츠 자원 이용 등 양해각서에 적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운영권도 베타랩스가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양해각서와 합의서를 검토한 한 법무법인은 “본건 양해각서의 경우 양해각서의 목적이 ‘본 계약 체결에 앞서 공동사업에 관한 계약사항을 명시하고 중요한 거래조건에 관하여 미리 정하기 위함’이라고 정하고 있고, 주요 거래 조건으로 베타랩스의 업무 범위를 세부적으로 정하면서, 본 계약 체결 일정과 독점적 협상 기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본건 양해각서와 관련한 분쟁 해결을 위해 준거법과 관할법원까지 특정하고 있다”며 “특히 ‘본 양해각서는 당사자들 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당사자들의 서면동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수정 또는 변경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까지를 고려하면, 당사자들은 양해각서에 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확정적으로 정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손성민 싸이월드제트 각자대표가 베타랩스에 메인넷 토큰을 발행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직접 도장을 찍은 문서가 최근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확인서는 베타랩스가 메인넷 토큰 발행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싸이월드제트에 일정 금액의 투자금을 지급하는 조건이 담긴 추가집행계약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베타랩스는 이후 싸이월드제트에 투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싸이월드제트가 베타랩스로부터 투자금까지 받은 상황이기에 두 업체 간의 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비즈한국은 싸이월드제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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