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 꽃, 화장품, 패션 등 배달을 중개하는 ‘배민스토어’ 시범 운영을 시작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중소상공인 갑질 및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힙싸인 카카오가 지난해 가을 꽃, 간식 등 배달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카카오가 철수하자 급성장 중인 새 대형 플랫폼 배민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네이버도 지난 2013년 사회적 반발에 휘말리며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었다.
배민은 앱 내에 ‘배민스토어’ 카테고리를 추가해 입점 브랜드 개별 소매점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은 입점업체가 자체 또는 대행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배민스토어에는 신발 숍 ‘폴더’와 꽃 브랜드 ‘꾸까’,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는 ‘올가홀푸드’ 등이 입점해 있다.
배민은 배민스토어 서비스 지역과 입점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지난해 11월 “배민은 음식 배달앱을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배민은 배민스토어 출범에 대해 “여러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배민 앱을 판매 채널로 쓰실 수 있도록 하고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민이 배민스토어를 출범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선 음식 배달 앱 업계 경쟁 격화와 라이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다른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된 지난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 994억 원으로 전년 5654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2019년 364억 원에 이어 2020년 112억 원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물류 창고를 두고 자체 라이더들을 통한 퀵 커머스 방식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배민스토어를 출범했다는 분석도 대두된다.
일각에선 배민스토어를 놓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관련 사업을 접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 론칭 과정에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과 마찰을 겪은 것을 시작으로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국회에서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까지 추진됐다. 결국 네이버는 같은 해 맛집, 알람, 패션SNS 등 7개 사업에서 철수했다.
카카오는 네이버 모델을 답습했다가 지난해 중소상공인 갑질 등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 휩싸였다. 현 정부의 플랫폼 기업 육성 방향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맞물리며 카카오톡으로 국민 소통 플랫폼 지위를 선점한 카카오는 꽃집, 퀵서비스, 택시,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미용, 대리운전, 은행과 보험업 등에 속속 진출했다.
카카오는 초기 무료로 이용 저변을 넓혀 경쟁자들을 물리친 후 시장 독과점 지위에 올라서면 유료화 전략을 쓰는 패턴을 보이면서 중소상공인 갑질 논란까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과 사정당국의 강력한 규제 움직임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수수료율을 내려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정했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협력사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민스토어는 소상공인들도 배민 앱을 판매 채널로 쓰실 수 있도록 한 신규 서비스다. 현재 파일럿 형태로 초기 단계이며 배달수요가 많은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향후 확대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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