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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파업 일주일, CJ대한통운과 '평행선' 달리는 까닭

노조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CJ대한통운 "노조가 정상적인 경영활동 방해"

2022.01.04(Tue) 13:48:51

[비즈한국] 지난 12월 28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업계에선 CJ대한통운 하루 배송량의 20% 수준인 하루 평균 40만~50만 건의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롯데·한진·​로젠·​우체국 택배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파업에 따른 집화 임시이관 물량의 배송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업에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총 2만여 명) 노조원 2500명 가운데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65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 측은 28일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지난 2년간 21명의 택배기사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파업의 책임은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CJ대한통운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니 교섭할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회적 합의 이행’ 둘러싼 양측 입장 대립

 

택배노조가 2021년의 끝에서 총파업을 시작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같은 해 1월로 돌아가야 한다. 택배노조는 택배사와 영업점, 과로사대책위, 정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택배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의 작업 범위가 아니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0시간 이내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류작업에 투입될 인력 비용 등을 고려해 택배 원가를 개당 170원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합의문의 핵심은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의 직접적 원인인 ‘택배 분류작업’이다. 택배사들은 2011년 대리점주가 ‘분류작업 비용을 달라’는 취지로 씨제이지엘에스(현 대한통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회사 쪽 손을 들어준 판결을 들어 ‘기존 수수료에 이미 분류작업 대가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언론에서 ‘1년에 네 번이나 총파업을 벌인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파업은 6월과 이번, 총 두 번이다. 지난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방지 등을 위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요금이 170원 인상됐지만 사측은 인상분의 60%를 CJ대한통운 이익으로 가져가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아 정상적인 단체협약도 4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지금도 택배노조가 지난해 네 차례 파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통상 수수료 배분 방식에 따라 택배 요금 인상분의 절반이 이미 택배기사들에 수수료로 배분된다며, 오히려 택배노조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과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원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양측의 대립이 일주일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사장님’이지만 택배사·대리점에 종속된 고용 형태

 

양측의 논의가 좁혀지지 않는 까닭은 ‘구조’​에 있다.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의 택배기사가 택배사와 대리점에 종속된 구조에서 발생한다. 택배기사는 대부분 택배업체 본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 대신에 대리점과 건당 수수료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당일배송을 제한하고 누적된 분류작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

 

 

지난해 6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해 6월 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택배노조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앞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은 결과에 당시 업계가 시끌시끌했다. 중노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섭 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측은 이에 불복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내고 “중노위 판정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비대면 시대에 택배는 방역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만큼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도 세졌다. 택배회사 노사 문제는 급격히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용구조, 저단가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나타난 거라 간단히 해결할 수 없다. 낮은 단가 속에서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을 많이 할수록 돈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에 노출돼 왔다. 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엔 요금과 구조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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