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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여줄 우주의 모습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예상한 결과…뒤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도 이미 준비 중

2022.01.03(Mon) 12:54:27

[비즈한국] 지난 크리스마스.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지구를 떠났다.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 오버 테크놀로지라고 비판받은 JWST는 이미 여러 번 개발 과정과 발사 준비 과정에서 발사 일정이 연기되면서 천문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다행히도 발사가 무사히 진행되면서 지구 중력의 영향권을 벗어났다. 

 

지난 25일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사체에서 분리된 직후의 모습. 인류가 JWST의 실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사진=NASA


이 사진은 발사체에서 분리된 직후의 모습이다. 인류가 JWST의 실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로켓의 발사부터 망원경의 분리까지는 무사히 예정대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까진 일단 망원경을 우주로 띄우는 과정만 진행된 것일 뿐이다. 앞으로 약 한 달간 더 먼 우주로 날아가면서 지구에서 약 150만 km 거리에 떨어진 예정 궤도에 안착하기를 기다려야한다. 또 워낙 거대한 크기 탓에 복잡하게 접혀 있는 망원경의 주경과 방열판 등 다양한 장비가 무사히 펼쳐지고 예정대로 작동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예정대로 망원경이 펼쳐지고 관측 장비의 예열이 모두 끝나면 2022년 6월이 넘어야 JWST가 촬영한 첫 번째 시험 사진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JWST가 남은 과정을 모두 무사히 진행한다면 우린 어떤 모습의 우주를 보게 될까? 놀랍게도 이미 천문학자들은 방대한 우주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직 최종 궤도에 도착하지도 않은 JWST가 앞으로 어떤 사진을 보여줄지 그 가상의 예시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JWST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진정한 차세대 우주 망원경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남은 6개월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그 놀라운 모습을 미리 공개한다! 

 

아직 궤도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예상할 수 있는 JWST의 관측 이미지를 공개한다!

 

현재 거의 망가지기 직전의 상태로 꾸역꾸역 관측을 이어가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에 비해서 이번에 올라간 JWST는 크게 두 가지의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허블보다 2배가량 더 큰 크기의 거울로 빛을 모은다. 그리고 가시광선과 근자외선을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우주의 팽창으로 인한 적색편이로 인해 아주 먼 거리의 초기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은 아주 긴 파장의 빛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초기 우주의 은하와 별을 보기 위해서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관측해야 한다. 또 적외선은 우주 먼지에 의해 흡수되거나 산란되는 정도가 적다. 덕분에 먼지 구름 속에서 갓 태어나고 있는 어린 별과 행성의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성능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말 그대로 갓 태어난 초기 우주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기존의 허블이 바라봤던 우주는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는 ‘어린아이’ 시절의 우주였다면, JWST가 보게 될 우주는 그보다 더 어린 이제 막 태어난 직후의 누워서 꼬물거리는 ‘갓난아기’ 시절의 우주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JWST가 보여줄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기존의 우주 망원경들이 보여준 것에 비해 얼마나 더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스피처 우주 망원경과 JWST가 찍게 될 장면을 비교한 사진. 사진=NASA/ESA/Spitzer

 

왼쪽은 JWST와 마찬가지로 적외선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찍은 우주의 모습이다. 아주 먼 초기 우주 은하들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찍혀 있다. 하지만 만약 JWST가 똑같은 방향의 하늘을 촬영하게 된다면 오른쪽 사진처럼 훨씬 더 선명하게 담을 수 있게 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허블 딥 필드. 사진=ESA/Hubble & NASA

 

JWST가 딥 필드를 찍는다면 보게 될 장면을 시뮬레이션한 모습. 사진=ESA/Hubble & NASA

 

허블 망원경은 우주에 올라가고 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손톱보다 작은 깜깜한 하늘 속에서 숨어있던 수 만개의 은하들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 장면이 위쪽에 있는 유명한 허블 딥필드(Hubble Deep Field)의 모습이다. 만약 똑같은 방식으로 JWST가 머나먼 암흑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암흑 속의 은하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만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아래쪽의 사진처럼 더 많은 은하들로 빽빽하게 채워져있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시뮬레이션한 우주를 활용해 구현한 허블과 JWST가 촬영한 동일한 은하를 비교한 모습. 사진=ESA/Hubble & NASA


JWST은 허블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머나먼 은하들 속의 세밀한 스케일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위쪽 사진은 실제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이고, 아래쪽 사진은 동일한 은하를 JWST로 관측했을 때 추정되는 이미지를 비교한 것이다. 허블로 봤을 때는 은하 속 밝게 빛나는 가스 구름 영역과 성단, 은하의 나선팔과 같은 구조를 분간할 수 없지만, JWST는 이 모두를 하나하나 비교적 더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아주 먼 초기 우주의 최초 은하들이 어떤 형태와 모양에서 출발해 진화했는지 정확한 은하의 진화 역사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천문학자들은 방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한 가상의 우주 데이터를 통해서 JWST가 보게 될 아주 먼 초기 우주의 모습을 제시했다. 허블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 JWST 광학 장비의 성능으로 먼 거리의 천체를 보았을 때 얼마나 좋은 해상도와 분해능으로 천체들이 보이게 될지, 가상의 이미지(mock image)를 만들어 미리 추정한다. 이러한 분석은 앞으로 JWST가 실제로 관측한 이미지와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처리해야 할지, 본격적인 관측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필요한 컴퓨팅 파워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미리 따져보고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가장 먼 은하 GN-z11. 자세한 구조는 알 수 없고 존재 자체만 어렴풋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HST

 

사실 허블 망원경이 처음 우주로 발사되던 당시, 천문학자들이 내세운 허블의 주 목표는 크게 다음 네 가지였다. △초신성 폭발의 밝기와 빈도 측정, △외부 은하까지의 거리와 우주 팽창 계수 측정, △먼 은하와 퀘이사의 가스 성분 분석,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 과정 분석.

 

하지만 허블은 중력 렌즈 효과를 통한 암흑 물질의 분포를 파악하고,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하고,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하고, 태양계 바깥 외계행성의 모습을 관측하고, 아주 막대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하는 감마선 폭발 천체들을 발견하는 등 발사 당시 천문학자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발견을 함께 해냈다.

 

이번에 우주로 올라간 JWST도 크게 네 가지 핵심 목표를 내세웠다. △빅뱅 직후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들의 모습 관측, △초기 우주에서부터 시작하는 은하의 진화 역사 분석, △새로운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순간 관측, △외계행성 대기에서 물과 생명 활동의 징후 관측.

 

이 네 가지의 목표만으로도 인류의 천문학 교과서를 새롭게 쓸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서 허블 망원경이 그랬듯이, JWST도 이 초기 목표 외에 아직 천문학자들이 기대도 상상도 하지 못한 예상치 못한 더 놀라운 발견들을 함께 해낼 것이다. 어떤 발견을 해내게 될지 나는 이 너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우리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이번에 발사된 JWST이 인류의 우주 탐사의 최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JWST도 더 먼 미래 진행될 진정한 차세대 우주 망원경을 위한 일종의 중간 개발 과정, 예행연습이라고 볼 수 있다. 허블보다 약 두 배 더 큰 눈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JWST를 올린 천문학자들은, JWST보다 두 배 더 큰 새로운 우주 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JWST의 뒤를 이을 차차세대 우주 망원경 LUVOIR의 콘셉트 디자인. 사진=NASA

 

거대 자외선 광학 적외선 탐사선(LUVOIR, Large Ultraviolet Optical Infrared Surveyor)라는 엄청난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단순히 한 종류의 빛으로 우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외선에서 가시광선 그리고 적외선에 걸쳐 폭 넓은 파장 범위의 다양한 전자기파로 한꺼번에 우주를 관측하는 우주 망원경 계획이다. 

 

주경의 크기는 JWST의 두 배 가까운 지름 10~15m에 달한다. 거울이 너무나 큰 탓에 JWST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단일경이 아닌 여러 개의 작은 조각 거울(segment)를 모아서 주경을 이룬다. 또 JWST와 마찬가지로 태양 빛의 방해를 차단하는 아주 거대한 태양열 가림막을 펼친 채 우주를 항해하게 된다.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지상 망원경인 하와이의 켁 망원경에 버금가는 거대한 망원경을 지상이 아닌 우주에 띄우는 셈이다. 

 

이번에 발사된 JWST는 접었던 거울을 펼치고, 구겨 넣은 태양빛 가림막을 펼치는 등 뒤이어 올라갈 차차세대 우주 망원경 LUVOIR에 쓰일 다양한 기술을 우주에서 연습하는 일종의 값비싼 기술 시험, 리허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허블, JWST, LUVOIR 세 우주 망원경의 주경 거울 크기를 비교한 그림. 사진=NASA

 

이후 LUVOIR가 예정대로 제작되어 우주에 가게 된다면, 빅뱅 직후 최초의 별이 존하기도 훨씬 전 초기 우주의 암흑 시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수십 광년 먼 거리에 떨어진 외계행성의 모습도 마치 태양계 행성을 바라보는 것처럼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별과 은하라는 것이 빚어지기 시작한 순간은 어떠했는지, 다른 별 곁에도 지구처럼 푸른 녹음과 바다와 생명이 숨 쉬는 행성이 존재하는지를 확실한 인증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블, JWST, LUVOIR 세 가지 우주 망원경의 성능을 비교한 시뮬레이션 결과. 사진=https://ui.adsabs.harvard.edu/abs/2015arXiv150704779D/abstract

 

이 사진은 허블, JWST, LUVOIR로 동일한 먼 은하를 관측했을 때 각각 얼마나 선명하게 보일지를 간단하게 비교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위쪽에 표현된 허블과 JWST의 경우에 비해서 아래 LUVOIR로 찍은 사진은 확연하게 선명한 해상도로 은하의 세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아주 먼 초기 은하들이 그저 희미한 얼룩으로 어렴풋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은하 속의 가스 구름과 성단 정도 규모의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LUVOIR라는 이름이 지어지기 전 그 전신에 해당하는 고해상도 우주 망원경(HDST, High-Definition Space Telescope)이라는 이름으로 LUVOIR의 결과가 표시되어 있다.)

 

JWST의 성패는 단순히 이번 미션뿐만이 아니라 뒤이어 계획된 진정한 주인공 LUVOIR 미션의 운명까지 쥔 아주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최종 궤도까지 남은 6개월, 그리고 예정된  사용 기간인 10년 동안 JWST가 큰 탈 없이 초기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LUVOIR 미션도 실현시킬 중요한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의 진행 상황과 현재 거리 등은 NASA에서 제공하는 공식 페이지를 통해 집에서 편안하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https://jwst.nasa.gov/content/webbLaunch/whereIsWebb.html). 최종 궤도까지 가는 동안 부경과 주경을 펼치고 태양빛 가림막을 펼치는 등 중요한 이벤트가 날짜별로 표시되어 있어서 매일 제임스 웹이 어떤 과정을 수행하며 날아가고 있는지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https://www.luvoirtelescope.org/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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