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는 12월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라는 홍보성 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분야 성적표는 지나치게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고령층 위주의 단순 일자리 확대, 규제 개혁 미비에 따른 기업 투자·고용 둔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가격 급등,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임기 종료가 4개월을 남겨두고 정부 부처를 동원해 무리한 물타기 행보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일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 책자를 통해 △거시경제 △혁신성장 △포용성장 △구조전환 4대 분야에서 각각 9개씩 총 36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거시경제 분야에서는 코로나 대응 모범국가와 역대 최고 대외건전성, 재정의 역할 강화, 재정건전성 유지, 고용·분배 개선 등을 성과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의 경우 초기 국민들의 희생 덕에 얻은 성과를 K-방역이라 홍보하는 데만 집중하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 곤혹을 치렀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자료에서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 2020~21년 경제성장률이 1.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0.2%보다 높다고 밝혔지만 이는 자료를 유리하게 가공한 것에 불과하다. 세계가 코로나19 악영향에서 반등한 올해(2021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4.0%지만, OECD 회원국 평균치는 6.1%나 된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가 최고수준이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매년 계속된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은 악화일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도 전년대비 8.3% 늘어난 604조 4000억 원으로 잡으면서, 내년도 국가채무(1068조 3000억 원)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재정건전성이 이처럼 빠르게 악화되면 대외신인도 추락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고용·분배 개선 주장도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대졸 취업률은 전년 대비 2%포인트 떨어진 65.1%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65%대까지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벼락거지가 생겨나고, ‘빚투·영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분배 개선도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혁신성장 분야에서는 한국판 뉴딜 점화, 선제적 규제혁신 추진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3+1(디지털·그린·휴먼·지역균형 뉴딜)’에 맞춘 것이다. 특히 저탄소 경제(그린)나 사람 중심 포용사회(휴먼), 지역균형 등을 뉴딜의 한 축이 되어야 할 기업들에 대한 압박 카드로만 사용될 뿐 혁신 성장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선제적 규제혁신 주장도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시켜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임기 내내 무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과 여부에 의구심을 안겨준다.
포용성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중기·소상공인 육성, 주거안정 도모 등을 성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60대 이상 단순 일자리였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도, 질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졸 취업률 하락에서 드러나듯 청년 ‘희망사다리’는 성과가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중기·소상공인은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들의 부채는 48조 원이나 늘어나 총 294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주가안정 주장도 올해 전국 집값이 14.97%(KB 부동산) 뛰면서 외환위기 직후 집값이 급등하던 2002년(16.43%) 이래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에서 거리가 멀다.
구조전환의 경우 성과로 탄소중립 기반 구축, 에너지 정책 전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을 내세웠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높인 것은 성과라기보다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대비된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반발과 대선을 의식해 전기료 등의 인상을 그동안 억눌러왔지만 대선이 끝난 뒤인 내년 4월에 전기료와 도시가스료를 줄줄이 올리기로 한 상태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은 성과라기보다는 실패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17명이었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 0.98명을 기록해 1명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2020년에는 0.84명까지 하락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36대 성과 중 실제로 성과를 거둔 것도 일부 있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은 성과라기보다는 추진했던 정책일 뿐이고, 그나마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들이 대부분”이라며 “솔직하게 미흡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4개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바람직한 정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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