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표 재개발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의 대상지 21곳을 발표했다. 용산구 청파2구역, 성동구 마장동 382 일대, 동대문 청량리동 19 일대와 함께 지난 공공재개발 공모 때 제외됐던 종로구 창신동 23번지와 숭인동 56번지, 구로구 가리봉2구역 등 도시재생지역 4곳도 포함됐다. 후보지였다가 해제된 은평 불광·서대문 홍은·금천 시흥도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 내에서도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재생 재구조화’의 첫 단추를 꿰게 됐다.
서울시는 민간 주도 개발 사업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 중장기적인 주택수급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약 2만 5000호의 주택이 서울에 새롭게 공급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이 지원하는 민간정비사업…2023년부터 구역 지정 시작
서울시는 12월 28일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공모를 통해 최종 대상지 21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지는 내년 초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개입해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민간정비사업 지원프로그램이다. 재개발사업의 공공성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돕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통상 5년이 걸리던 구역지정을 2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9월 첫 공모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102개 구역이 지원에 참여했다. 후보지 선정에 앞서 각 자치구에서는 공모에 신청한 102곳에 대해 노후도와 과소필지, 접도율 등 법적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 충족 여부, 정량적 평가점수, 제외대상 여부, 사전협의부서 의견 등을 고려해 총 59곳을 서울시에 추천했다. 이를 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논의해 21개 자치구마다 대상지 한 곳씩을 최종 낙점했다.
주요 평가 기준은 △구역별 정비의 시급성 △사업 실현가능성 △서울시 정책적 요건 등이다. 구별 한 곳 선정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지구단위계획 등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거나 공모반대 등 주민 갈등의 문제가 있는 중구와 광진구, 강남구 등 3개 자치구는 후보지 선정에서 제외했다.
서울시 측은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2022년 초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역지정이 진행된다.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서울시에 약 2만 5000호 주택이 공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간 단축해 사업성 극대화…1만여 가구 규모 압구정 단지도 참여 의사
신속통합기획의 주요 골자인 ‘절차 간소화’는 재개발사업에서 큰 장점이다. 일련의 정비 사업에 소요되는 시간 외에도 구역지정만 5년이 걸리던 것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층수 규제 완화 등의 혜택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도시재생지역 등도 참여할 수 있어 문턱도 낮다.
이에 사실상 재개발이 멈췄던 압구정아파트지구도 반응했다. 절차 간소화라는 혜택이 주어지자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과 여의도 일대 알짜 재건축 단지도 앞다퉈 동참하고 있다.
11월 말 압구정3·2·5구역이 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 후보지가 발표된 지난 28일에는 미성아파트 1·2차가 속한 압구정1구역이 강남구에 신속통합기획 공모 신청을 했다. 주민 동의율은 34.8%(430명)이었다. 현대8차와 한양3·4·6차가 속한 압구정4구역도 대의원회의를 통해 참여를 결정짓고 조만간 강남구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24개 단지 1만여 가구 규모인 압구정아파트지구 6개 구역 중 6구역을 제외한 5개 구역이 신속통합기획에 참여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 공공재개발과는 달리 민간 주도 재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개발사업 특성상 시간이 단축될수록 사업성이 커지는데, 신속통합기획 제도가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경인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재개발·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절차와 주민 동의다. 행정절차가 간소해지면 사업성도 개선되는데 이 점이 신속통합기획 제도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주택공급 확대 기대감 크지만 과열 우려도
2015년부터 서울 시내에서 신규 재개발 구역이 지정된 사례는 없다. 이번 발표 이후 서울 시내 주택공급 물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까닭이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됨에 따라 투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재개발 후보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리산정기준일 지정·고시를 비롯한 투기 방지대책을 동시에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 후보지 21곳 총 125만 6197㎡는 개발 사업에 따른 투기수요 유입 우려에 따라 후보지 선정일 다음 날인 지난 28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공고됐으며, 2022년 1월 2일부터 1년간 발효된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면적은 법령상 기준 면적의 10% 수준으로 낮췄다(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공업지역 66㎡). 투기 억제 취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번 공모에 미선정된 구역과 향후 공모를 신청하는 구역에도 투기세력 유입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구역은 다음 공모에 재신청이 가능하다. 그동안 공공 연계 재개발사업 공모에 나서는 지역들은 후보지 선정 전 혹은 후보 탈락 후 유입되는 투기세력에 골머리를 앓았다. 투기세력이 재개발 추진의 가능성을 엿보고 소위 ‘딱지’로 불리는 입주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면 원주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됐다. 서울시는 탈락 구역과 다음번 공모를 신청하는 구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건축허가 제한을 적용해 선정된 구역과 동일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서진형 교수는 “재개발사업 시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전세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구역지정 이후 매수한 사람만 현금청산을 하면 투기수요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첫 민간재개발 후보지가 신속히 추진돼야 향후 후보지들도 탄력을 받아 원활히 추진되는 만큼,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들의 사업추진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노후 저층주거지가 정비되면서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서울시 지역균형발전도 함께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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