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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슈퍼앱으로 통한다' 이커머스업계 결산과 전망

무신사·배민·야놀자 등 버티컬 플랫폼 대표들도 영역 확장에 분주 "점점 체급이 중요해질 것"

2021.12.31(Fri) 09:37:59

[비즈한국] ‘슈퍼앱’은 올해 이커머스 업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2월 28일에는 숙박 앱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부문(여행·공연·쇼핑·도서 등)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며 슈퍼앱으로의 전환 신호탄을 날리는가 하면, 올해 가장 핫한 플랫폼 중 하나인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슈퍼앱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에선 대체로 하나의 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사용자 생활의 중심 OS로 자리 잡은 경우를 슈퍼앱이라 말한다. 대표적인 앱으로는 국내 양대 포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있다. 이들 플랫폼은 하나의 앱 안에서 검색부터 쇼핑, 채팅, 주문, 뉴스 등 여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슈퍼앱은 네이버처럼 별도 설치 없이 하나의 앱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뜻한다. 반면 버티컬 플랫폼은 식품이나 리빙, 인테리어, 패션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사진=박은숙 기자

 

반면 버티컬 플랫폼은 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들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보단 식품·인테리어·​패션 등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겨냥하는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이다.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 여성의류 패션 플랫폼 브랜디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즈한국이 의·식·주 영역별로 기대되는 플랫폼을 정리하며 내년을 전망해봤다.  

 

#의(衣): 패션, 버티컬 커머스의 약진

 

급성장하는 슈퍼앱 사이에서 버티컬 플랫폼으로 성과를 거둔 분야가 있다. 바로 패션이다. 무신사, 지그재그, 브랜디 등 패션 분야 앱이 올해 온라인에서 가장 활발한 반응을 끌어냈다(관련기사 여성판 '무신사' 노리는 에이블리·브랜디·지그재그의 전략이 닮은 이유)​. ​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무신사는 2021년에 연간 거래액 예상 목표치 1조 6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실적을 낼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상반기 거래액이 작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하는 등 올 한 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2위 자리를 다투는 지그재그, W컨셉, 에이블리, 브랜디 등도 조 단위 거래액을 목전에 두고 있다. 

 

패션 분야에서 유독 버티컬 플랫폼이 성과를 내는 이유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과 차별화된 제품군 덕분이다. 온라인 쇼핑 구매력이 높은 10~30대를 타깃 삼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알고리즘을 이용해 플랫폼 충성도를 강화하는 식이다. 실제 여성 패션앱 브랜디는 남성전용 앱 ‘하이버’와 육아 쇼핑앱 ‘마미’를 론칭하면서 버티컬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인수한 것도 올해 주목할 부분이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신세계는 W컨셉을 인수해 패션 영역을 확장했다. 아직은 별도 사이트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내년이면 이들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할 거라 본다. 

 

#식(食): 배달 앱과 새벽배송, 누가 먼저 슈퍼앱 될까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세 배달앱의 경쟁은 올해 플랫폼 업계의 꾸준한 관심사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이들의 행보는 나란하게 흘러갔다.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대체로 비슷했다. 

 

배달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을 넘어 마트장보기, 라이브커머스 등 서비스를 확장하며 ‘푸드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진=임준선 기자

 

점유율이 가장 높은 배달의민족은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 하반기에는 기존의 음식배달 서비스를 넘어 포장, 마트장보기, 라이브커머스 등을 메인 화면에 동일한 비율로 배치하면서 ‘푸드 슈퍼앱’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비슷한 서비스를 론칭하며 점유율 싸움과 함께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대로 마켓컬리와 오아시스 등 새벽배송 전용 서비스는 제품 판매군을 다양화하면서도 버티컬 플랫폼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자체 PB 상품을 늘리거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소비자를 묶어놓았다. 다만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나 쿠팡 ‘로켓프레시’ 등 슈퍼앱의 식품군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요즘 세대 취향에 맞춘 상품 컬렉션을 통해 차별화한 이미지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住): 오늘의집과 야놀자,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주(住)와 관련해 눈에 띄는 앱은 ‘오늘의집’이다. 오늘의집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리빙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며 올해 거래액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기준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발표한 ‘​전 세대 쇼핑앱 사용 동향’​에서 버티컬 플랫폼(전문몰) 분야에서 월간 사용자 수((MAU) 1위를 했다. 오늘의집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을 넘어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으로 진화할 계획을 밝혔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는 지난 28일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부문(여행·공연·쇼핑·도서 등)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했는데, 국내 온라인 항공권 1위이자 공연예매부문 시장 강자인 인터파크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여행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인터파크와 협력해 라이브커머스, 쇼핑 부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야놀자 앱 안에서 해결하는 ‘여행 슈퍼앱’을 구현할 발판이 될 거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서비스는 같은 카테고리뿐 아니라 슈퍼앱 궤도에 오른 서비스로까지 경쟁자가 확장된다. ‘체급’이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지분 투자와 인수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슈퍼앱은 수익 창출을 위해 모든 분야의 커머스에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진입자와 성장하는 플레이어는 꾸준히 있겠지만 결국 가까운 시일 내에 슈퍼앱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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