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팔면 안돼 / 팔면안돼 / 상따 할아버지는 파는 종목에게는 상한가를 안 주신대 / 상따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 상한가를 갈지 하락할지 타이밍을 재고 계신대 / 물 탈때나 몰빵할 때 미수칠 때 공매도칠 때도 상따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 상따 할아버지는 상한가를 들고서 오늘 장에 다녀가신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재미난 그림 하나가 돌았다.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듣던 캐롤 ‘울면 안돼’를 개사한 내용이 적혀있는 그림이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홀딩하라고 이 OO아”라고 꾸짖으며 투자자의 따귀를 때리는 것이었다. 대부분 투자자들에게는 웃고 지나간 그림이지만, 아마도 몇몇 투자자들에게는 잠깐 생각에 빠지게 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설렘이 비극으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어린 시절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설렘을 잊게 된 이후, 많은 어른은 주식 시장에서 ‘산타’를 해마다 기다리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에 주가가 오른다는 ‘산타랠리’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말쯤 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짜면서 그 해의 투자 성과를 확정 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코스피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산타랠리는 1월 효과에 대비해 연말에 미리 주식을 사두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월 효과란 새해가 되면 투자자들이 올해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주식 투자에 나서 주가가 오른다는 속설이다. 심지어 1월 연초 주가가 5일 연속 상승할 경우 그해 주가가 오른다는 설도 있다.
증시에서 일어나는 특징적인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OO효과’라는 말이 쓰인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변수가 많기에 이를 근거해 투자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측하기 힘든 외부 변수들에 따라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OO효과’를 따르는 것은 무모한 단기 투자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넘었다. 심지어 지난 6월에는 3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하반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더니 지난달 30일에는 280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올해 국내 증시 폐장까지 아직 하루가 남아있지만, 올 한해 투자 손익을 계산하고,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한 해가 저문 기분이 들 것이다. 연말에 주가가 오른다는 ‘산타랠리’는 아쉽게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은 일반적으로 거래량 급감과 함께 좁은 거래 범위의 한산한 장세를 보이는 ‘북클로징’ 국면을 연출한다”며 “마지막 주는 주식시장 횡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월 효과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말 한산한 장세를 이용해 내년 유망 종목을 사모으는 기회로 삼으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내년에도 1월 효과가 기대되는데, 11~12월에 대폭 출회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연초에 재차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내년에는 국민연금의 신규 여유자금 배분금액이 소액이나마 플러스로 예정돼있어 올해 대비 연기금 수급이 개선될 여지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긍정적으로 판단했고,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와 관련해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로봇,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게이밍 주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C제일은행은 27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주식의 기대 수익이 낮아지더라도 채권과 현금 대비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업황 둔화 우려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돼온 반도체업종과 친환경, 메타버스, 리오프닝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권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 추억이 되살아난다. 어떤 착한 일을 했는지 곱씹어보기도 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내년에는 더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내 주식에 산타의 선물이 오기를 고대하는 어른들에게도 곱씹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한해 투자를 어떻게 했는지 되짚어보고, 내년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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