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타 시장의 제품명을 패러디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상표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지 우려하는 시선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법적 문제를 다툴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를 통해 초반 매출 신장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짝퉁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약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에 29.7%를 차지했다. 인구수로 따지면 약 1448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반려 가구가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양육비는 평균 14만 원으로 2018년 대비 2만 원 늘었다. 반려 가구의 소비력이 늘어나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존 제약회사들의 의약품명을 반려동물 제품에 활용한 듯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디펫바이오’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잇몸, 구강관리 제품인 ‘견사돌’, ‘묘가탄’을 출시했다. 헬로마이펫은 반려견 피부보습제인 ‘댕댕카솔’을 판매 중이다. 각 사에 따르면 견사돌 400만 개, 묘가탄 50만 개, 댕댕카솔 20만 개가 판매됐을 정도로 반려 가구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품들이 상표권 침해와 무관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제품들은 인사돌, 이가탄, 마데카솔 등 기존 의약품들의 상표를 떠올리게 하고 있어서다. 상표법에 따르면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교부·판매·위조·모조 또는 소지할 경우를 상표권 침해로 보고 있다.
상표를 등록할 때는 어떤 상품을 어떤 서비스에 사용하는지를 지정해야 하는데 이를 ‘지정상품’ 혹은 ‘지정서비스’라 일컫는다. 즉 타인이 이미 등록한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다 해도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가 다르다면 원칙적으로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세 제품의 경우 상표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단 세 제품 모두 상표로 등록돼 있다. 특허정보 검색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해당 제품들은 모두 ‘애완동물용’, ‘반려동물용’ 제품으로 등록돼 있다. 구강소독제 등 의약용 제품으로 등록된 기존 상표들과 지정상품 및 서비스가 다른 것.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는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상표와 상품의 유사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저명한 상표가 아니라면 둘 중 하나만 다르더라도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이번 경우는 기존 상표에서 한, 두 글자를 바꾼 데다가 지정 서비스도 다르기에 특허청도 큰 문제 없이 상표를 등록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 변리사는 “다만 이 같은 패러디 상표가 좋은 상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상표의 인지도를 빌려 초반 매출을 늘리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만, 상품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수록 제품에 소위 ‘짝퉁’ 이미지가 각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게다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상표법에서는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가 다르면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지만,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분야가 다르더라도 타인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 사용으로 명성이나 식별력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기존 상표권을 가진 권리자가 유사 상품으로 인해 자신의 상표권의 가치가 희석되거나 손상됐다고 판단한다면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소송전에 돌입하더라도 승소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기존 제품의 평판이 떨어질 수도 있기에 이 법은 권리자의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와는 반대로 이러한 해학적 표현이나 패러디가 오히려 자신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기회라고 여기는 권리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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