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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문턱 넘었지만 검찰서 걸린 미래에셋, 무슨 사정?

그룹사들에 오너 일가 소유 골프장 쓰도록 해 문제…공정위는 '시정명령', 검찰은 '약식기소'

2021.12.27(Mon) 12:16:45

[비즈한국] 대기업에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곳의 골프장을 쓰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받아야 하는 불법 행위일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사안을 두고 조금 다른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시정명령만 내리면서 기소할 내용은 아니라고 봤지만, 검찰은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 약식기소(공판절차 없이 검찰이 피고인을 약식명령으로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를 결정했다.

 

사실상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가족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세이지우드 홍천(옛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 계열사들에게 이 골프장을 이용하게 한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검찰이 약식기소 했다. 사진=세이지우드 홍천 페이스북

 

#미래에셋 골프장 사용 원칙이 불법? 

 

사건의 시작은 공정위였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조사했고,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1.86%에 이르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 이용을 원칙으로 삼은 게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골프장이 약 230억 원을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고 판단, 공정위는 과징금 총 43억91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은 하지 않기로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이었다.

 

하지만 박영선 당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이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4일 검찰은 수사 끝에 기소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는 지난 24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2개 계열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를 결정했다. 

 

# 공정위와 검찰, 다르게 판단

 

같은 법 조항에 대해 두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른 것이다. 공정거래법 23조의2 제1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동일인 및 그 친족(특수관계인)이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1~4호로 규정하고 있다. 

 

처벌 기준이 된 조항은 이 중 4호(공정거래법 23조의2 제1항의 4호)다.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골프장 이용 원칙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고객 접대 등 일반 거래 시 무조건 이 골프장을 이용할 것’ 등 그룹 차원의 원칙을 세운 것 등을 기소의 근거로 봤다. 이 골프장의 2015년 총매출액 153억 원 중 111억 원(72%), 2016년 총매출액 182억 원 중 130억 원(72%)을 계열사 간 거래로 올리는 등 내부 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 조항을 단독으로 적용해 기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자 거래 역시 이 조항을 적용해 판단하곤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대부분 여러 조항이 복합적으로 혐의로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정위 판단이 수사기관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도 △미래에셋컨설팅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질적으로 오너 일가의 이익으로 귀속된 것은 없는 점 △미래에셋이 공정위 조사 이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과 그룹 계열사 거래지침 등을 각각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3000만 원의 약식기소를 결정했다.

 

미래에셋은 “공정위에서 형사고발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중기부가 고발 요청한 사건으로,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약식기소라는 판단이 미래에셋에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처벌이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별다른 기업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해 기업을 재판에 넘기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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