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는 올해 하반기 투자 시장을 뜨겁게 달군 핵심 키워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게임·문화·엔터 등 콘텐츠 업계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사와 엔터사를 중심으로 NFT 진출 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시장의 호응도 크다.
주식 시장에서는 NFT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주가가 요동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NFT 기술이 아직 개발 초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사업과의 연계도 역시 구상 단계다. NFT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투자에 임하는 것에 우려가 뒤따르는 이유다.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콜린스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NFT를 선정했다. 콜린스는 NFT를 ‘블록체인에 등록된 고유한 디지털 인증서로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고 정의했다. 올해 NFT 단어 사용이 1만 1000% 이상 늘었는데, 약어 사용량이 이렇게 크게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콜린스는 미국의 디지털 예술 작가 비플이 만든 NFT 작품이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00만 달러(약 820억 원)에 팔린 것을 예시로 들었다.
글로벌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9일까지 NFT 총 거래액은 115억 3487만 달러(약 13조 725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170배 가까이 증가했다. 거래를 위한 지갑(Active Wallet) 수도 지난 7월 말 3만 개에서 9월까지 14만 개로 늘었다. 전 세계 NFT 자산규모는 2018년 4000만 달러(약 472억 원)에서 지난해 3억 3800만 달러(약 3400억 원)로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에만 무려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너도나도 대체불가토큰…NFT 관련주로 부상한 게임주
국내에서는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와 NFT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며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NFT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메타버스(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돼 상호작용하는 공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으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게임 업계의 관심이 모인 것이다.
NFT는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거래내역이 검증되기 때문에 NFT의 보유자와 소유권 증명 등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임사들은 가상세계 재화를 NFT로 발행해 이용자 간 거래와 소유권 증명에 활용하는 방식을 적용, 가상세계에서 NFT 기술을 활용한 소비나 비즈니스를 보편화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NFT를 기반으로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 모델에 진출하며 그 잠재력을 확인했다. 자체 암호화폐 ‘위믹스’와 암호화폐 지갑 ‘위믹스 월렛’을 통해 이를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는 위믹스를 다양한 게임의 토큰이 거래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P2E 모델을 선두해 타사 게임까지 자체 플랫폼에 연계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마다 각각의 고유 토큰이 존재하는데, 위메이드의 토큰인 위믹스를 일종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부터 3개월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 1위가 위메이드(493.86%), 2위가 위메이드맥스(462.41%)였다. 이 덕에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지난 11월 18일 지분평가액 3조 3602억 원을 기록해 국내 주식 상위 10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게임 업계에서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에 이어 2위다.
NFT의 가능성을 엿본 게임 업계는 대형 신작 게임에 올인하던 기존의 전략을 내려놓고 NFT 등 신사업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을 시작했다.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 연이은 신작 부진으로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주춤한 반면,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 등이 약진한 탓이다.
11월 11일 엔씨소프트가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 NFT 게임을 발표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하루 만에 시총 4조 2000억 원이 증가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하루 전인 10일 NFT 기반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컴투스와 데브시스터즈도 다음 날 10% 이상 주가가 뛰었다.
비슷한 시기 엔터사들도 NFT 사업 본격 진출을 예고했다. 11월 4일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9일 SM엔터테인먼트 등이 NFT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7월 JYP엔터테인먼트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사 아티스트에 대한 지식재산권(IP) 사업 다각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표 없이 NFT 구호만 반복…“투자자, NFT 특성 파악 선행해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 생기는 만큼 불안 요인도 크다. NFT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고, 기업이 내놓는 NFT 신사업 구상이 얼마나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저작권과 소유권의 이중성, 세금 및 규제 문제 등 제도적 한계점도 분명하다. NFT 시장에 대해 청사진만 그릴 수 없는 이유다.
현재 NFT와 관련한 정책과 법은 전무하다. NFT의 재산권 인정기준과 범위조차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일례로 NFT를 사도 해당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사용은 어렵고, NFT와 별도로 현실에서 저작권 거래가 이뤄질 경우 NFT를 소유했더라고 저작권법에 의해 사용권은 제한될 수 있다. 법적 제도가 미비한 만큼 투자자들이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또 국내법상 NFT와 연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게임은 한국에서 서비스될 수 없다. 하지만 NFT를 앞세운 기업 대부분은 뚜렷한 실적은 고사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밝히지 않은채 우상향하는 NFT 기류에 올라탔다.
‘돈 버는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엑시인피니티에서는 최근 게임 코인의 현실 가치가 5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용자가 게임 코인을 게임 안에서 소비하지 않고 대부분 현금화해 게임 내 코인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아서다. 게임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P2E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린 셈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 전문대학원 부교수는 논문을 통해 NFT 콘텐츠 거래의 법적 한계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NFT 구매자는 그들이 NFT를 재판매할 수 있고 기존 판매자가 구매자의 권리를 간섭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구매한 것”이라며 “NFT 거래 현실에 대한 일종의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엔터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엔터 산업에서 비대면 문화의 비중이 커지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NFT를 통해 메타버스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내부에서도 ‘과연 구상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시장 수요가 따라올까’하는 회의감은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NFT가 부상하는 흐름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좋든 나쁘든 NFT를 적용한 사업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게임사 전반이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긴 호흡의 구상이 아니라 몇 개 사례를 보고 뛰어드는 것이라 사업을 끌고갈 역량과 의지가 충분한지는 장담할 수 없다. 투자 전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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