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기대 수명은 83.5세로 1990년 출생아(기대 수명 71.7세)보다 12년 정도 더 살 것으로 예상됐다. 1970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62.3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50년 사이 기대 수명이 20년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가속화되는 우리 사회 고령화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복지 재정 부담을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재정 부담 증가로 최근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무임승차제를 70세로 올리자는 의견이 높아지지만, 고용 관련 법상 정년이 60세로 되어 있는 등 각종 법 규정에서 노인 연령 기준은 제각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령층 연령 기준 혼란이 초래한 공백을 메우느라 고령층 위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단순 일자리 마련에 재정 부담만 늘어나고 노인 빈곤 문제는 악화하고 있다. 통계상 일자리만 늘어나는 착시효과를 가져다줘서 전체적인 우리 사회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 853만 7000명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20.3%, 1051만 1000명). 그런데 노인 연령 기준은 제각각이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령자는 55세 이상, 정년은 60세로 규정되어 있다. 55세부터는 일하기 힘든 노인에 들어간 것으로 분류해 임금을 일부 삭감(임금피크제)할 근거를 준 셈이다. 또 60세가 넘으면 일자리 자체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법으로 고령층을 55세부터 규정하면서도 고령층을 위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집을 담보로 한 주택연금 가입연령만 55세 이상일 뿐, 농지연금 가입연령은 60세(2022년부터 적용·현재 65세)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2세(2021년 기준)이지만 2033년에는 65세까지 높아진다.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65세부터 준다. 양로시설도 65세 이상이 대상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연령 기준이 사업에 따라 60세 또는 65세로 천차만별이다. 각종 경로우대 제도는 65세 이상부터 주어지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근로 관련 법과 복지 제도마다 나이 규정이 다르다 보니 정부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만드는 데 재정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사회 전체에서 고령층 일자리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당시 2672만 5000명이던 취업자 수는 올해(11월 기준) 2727만 1000명으로 54만 6000명(2.0%)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409만 명에서 542만 1000명으로 133만 1000명(32.5%)나 급증한 덕분에 나타난 착시효과다. 같은 기간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같은 기간 3만 3000명(0.9%) 감소했고, 30대는 39만 명(6.9%), 40대는 47만 2000명(7.0%) 줄었다.
고령층이 정부의 돈 풀기 덕분에 일자리를 갖기는 했지만 단순 일자리 위주이다 보니 소득은 높지 않다. 올 3분기 60세 이상 가구주를 둔 가구의 근로소득은 145만 4744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근로소득(295만 4059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소득 하위 80%에 주어진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 이전 소득은 60세 이상 가구가 97만 1858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58만2845원보다 많았다. 그만큼 60세 이상 고령층에 저소득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일자리나 소득 통계는 정부의 공공일자리 창출로는 청년층 일자리는 물론 고령층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해야만 청년층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고령층 정년 연장 문제가 논의될 수 있고, 정부의 재정 투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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