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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나의 데이터가 너의 데이터 되지 않도록 '마이데이터'

정보주권 찾아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정보유출 위험·디지털 소외에도 관심 기울여야

2021.12.17(Fri) 15:53:57

[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은행에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오픈 알림을 신청하고 경품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친구와의 의리를 생각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픈 알림을 신청했다. 며칠 뒤, 이번에는 본등록이라며 등록해달라고 문자가 왔다. 역시 마이데이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친구 말대로 등록을 했다. 직장인 A씨만이 아니었다. 은행에 다니는 친구를 둔 직장인들은 한 번씩 부탁 문자를 받았고, 마이데이터를 신청했다. 그들은 모두 ‘마이데이터’​가 뭔지 잘 몰랐다. 

 

내가 클릭한 사이트에 있는 광고에서 나의 관심 사이트가 뜬다.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예컨대 아기옷을 찾았다면 아기옷 사이트가, 전자기기에 관심을 가졌다면 전자기기 사이트가 나오는 식이다. "어떻게 알았지?"하고 놀라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내가 본 콘텐츠를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춰진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데이터 산업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기존 금융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아 소비자는 자신의 모든 금융 정보를 한 곳에서 모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019년 오픈뱅킹 서비스로 한 곳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까지 할 수 있게 됐지만, 적합한 금융상품을 효율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내 손 안의 금융비서`라고 불리는 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의 자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용 분석 등이 가능해져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다양한 금융업권에 흩어져있는 개인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가령, 대출 정보는 물론, 주식과 펀드 등 투자금액, 통신사 납부내역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내가 가진 자산을 토대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추천받을 수 있고, 나의 재무 상황에 대해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 즉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란 개인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관리해 활용될 수 있도록 개인의 정보 주권을 보장해준다.

 

내년 1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 이유는 고객의 모든 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향후 마이데이터가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게 된다면 더 많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금 납부 또는 부동산 거래 내역, 의료정보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가 결합될 수도 있고, 모바일 기기에서 수집된 위치정보 등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 범위가 늘어날수록 금융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더욱더 늘어난다. 고객도 현재 자산으로 더 저렴한 대출 상품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의료정보에 기반해 적합한 보험상품도 추천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미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경품까지 동원한다. 일부 대형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마케팅 과정에서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 대형 은행이 누려온 과점적 지위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고객이 금융상품을 효과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므로 굳이 대형 은행을 통해 금융상품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대형 은행들의 고가 경품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거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어두운 전망이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을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작용도 크다. “누구나 중국에 아들 한 명쯤은 있잖아요?”​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웃지 못할 정도로 개인 정보 유출은 흔한 일이 돼버렸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디지털 격차와 소외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로 놓고 봤을 때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0%대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모바일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도 많고, 온라인 예매나 키오스크 주문 등이 불편하다고 대답하는 노년층도 많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우리 삶을 더욱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에 관해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답게 사는 건 아주 간단해요. 사랑할 사람과 해야할 일,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돼요.”​ 영화 ‘인턴’​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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