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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리포트] Z세대에 필수, 위치공유 앱 '젠리'의 빛과 그림자

이름, 아이디, 휴대폰 정보는 물론 위치정보 항상 수집…10대에 개인정보 공개 위험성 제대로 알려야

2021.12.17(Fri) 15:43:18

[비즈한국]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 ‘신흥 소비권력’, ‘워라밸’ 같은 단어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 젠더 문제, 코로나19 시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부유(浮遊)하는 단어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용어와 통계가 생략한 MZ세대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MZ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일 수도 있다. 

 

“반 친구들이 대부분 사용한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기 위해서 쓴다. 친구들과 약속을 정해서 보거나, 특정 친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할 때 편리하다.” (15·중학생)

 

“아이들이 혹시 위험한 상황에 놓일까 봐 사용한다. 위치 공유 기능이 꽤 정확해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쓴다. 아이가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할 때 앱으로 위치를 확인하면 일일이 전화할 필요 없어서 좋다.” (46살·주부)

 

2021년 12월 17일 기준 젠리 앱은 다운로드 5000만 회 이상, 리뷰 31만 개, 별점 4.2점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위치공유 앱 ‘젠리(Zenly)’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젠리는 12월 1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5000만 회 이상, 리뷰 31만 개, 별점 4.2점을 기록했다. 다운로드 수 5000만 회 이상인 네이버 앱과 비슷한 수준이다. 


#새롭지 않은 위치공유 앱, 왜 갑자기 떴을까

 

젠리는 2015년 프랑스 앱 개발자 앙투안 마틴이 만든 앱으로, 2017년에 사진 공유 앱 ‘스냅챗’으로 유명한 스냅이 인수했다. 이 앱의 핵심은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자신의 위치와 친구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친구로 저장된 프로필의 배터리 상태, 이동 경로와 속도, 한 공간에 머무른 시간, 함께 있는 친구까지 확인할 수 있다.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보낼 수 있으며 유령모드로 설정해 자신의 위치를 비공개할 수 있다.

 

위치공유 앱이 새로운 건 아니다.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 위치를 공유하는 앱은 전에도 늘 있었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관련기사 “화면 켜졌는데 왜 카톡 확인 안 해” 소름 돋는 커플 앱 체험해보니)​. 그럼에도 젠리가 유의미한 실적을 내는 이유로는 1020세대 사이에서 번진 입소문과 사용하기 편리한 UX, 촘촘한 연결 상태 등이 꼽힌다.  

 

젠리의 사용자는 10대 이하와 40대가 많다. 출처=모바일인덱스(2021년 6월~11월 안드로이드 기준), 그래픽=김상연 기자

 

독특한 건 유독 특정 세대에서만 유행이라는 점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사용자 구성을 살펴보니 10대 이하와 40대 이용자 수가 가장 많았다. 10대 이하와 20대를 합한 비율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3.78%였으며, 40대의 경우 여성 이용자 비율이 남성 이용자 비율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세대 간 이용하는 앱이 극명히 갈리면서 단절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젠리는 1020세대 또래집단에서 입소문을 타며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그렇다 보니 실제 이용자 수가 매우 많은 데 비해 30대 이상의 집단에선 언급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게 특징이다”라고 해석했다. 

 

#직접 사용해보니…너무 많은 정보 공개에 ‘헉’

 

“완전 발가벗겨진 기분인데.” 일주일간 함께 젠리 앱을 사용하기로 한 30대 초반 친구가 사용 첫날 한마디를 남겼다. 막상 다운로드받아 사용해본 앱은 예상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름, 아이디, 연락 일시, 메시지 확인 시간과 같은 이용정보뿐 아니라 배터리 잔량, Wi-fi 단말기 BSSID 및 SSID, 헤드폰 연결 여부, 스마트폰 이름 및 하드웨어 모델, IP주소 같은 기기 정보, 실시간 위치와 그동안 방문한 장소를 보여주는 발도장 기능을 포함하는 위치 정보 등이 젠리가 이용자로부터 수집하는 데이터다. 

 

처음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는 과정에서 수집하는 데이터 종류를 알리고 이용 동의를 받지만, 동의받은 내용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위치 정보를 비롯한 일부 정보는 필수로 허용해야 하며, ​특히 ​위치 정보는 ‘항상 허용’으로 설정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찝찝했지만 모든 절차를 밟아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구글 맵 기반의 위치 공유 서비스는 매우 정확했다. 어느 건물에 몇 시간째 머무르고 있는지, 현재 배터리 잔량이 어느 정도인지, 휴대폰을 충전 중인지 아닌지, 이동 중이라면 몇 km 속도로 가고 있는지가 자세하게 화면에 떴다. 여러 명과 친구를 맺었다면 나를 제외한 몇 명이 어디에서 몇 시간 동안 모여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낮에 오래 머무른 곳은 직장, 밤에 오래 머무른 곳은 집으로 자동 설정되어 화면에 표시된다. 사용자의 위치와 동선, 특정인과의 만남 빈도 등 엄청난 빅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앱 화면 캡처

 

며칠 사용하다 보니 자주 가는 장소에 마크가 생겼다. 거주지엔 집 모양 마크와 ‘집’이라는 글자가 함께 뜨고, 친구의 직장 주소 위엔 노트북 모양이 생겼다. ‘내가 설정했었나’ 떠올렸다가 그런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소름이 돋았다. 알고보니 낮에 오래 머무른 곳은 직장, 밤에 오래 머무른 곳은 집으로 자동 설정되는 기능이 있었다. 위치 데이터가 앱에 축적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침에 본 강력범죄 뉴스와 함께 여러 악용 가능성이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올랐다. 

 

#“매 순간 누가 날 지켜보는 것 같아”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앱이라는 건 ‘모임 기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앱에 등록된 친구와 오프라인에서 만날 경우 앱 화면에 불꽃 모양이 뜬다. 친구가 늘어나면 기본 이모티콘 외 더 많은 종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친구를 초대한 숫자에 따라 랭킹을 매기고 친구들이 내 위치를 조회한 횟수를 알려주는 등 여럿이 함께 앱을 사용할 경우 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아싸(아웃사이더)라서 주변에 이용자가 많지 않아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해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이 투명한 세계 속에서 Z세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 일주일간 직접 사용해보니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 속 단절이 오히려 모바일을 통한 끈끈한 연결 욕구를 불러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 함께 앱을 사용한 친구는 “매 순간 누가 날 지켜보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특히 따로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집과 직장의 주소가 특정되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매우 가까운 사람과 쓰는 건 모를까, 친구와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아닌 것 같다”고 후기를 남겼다. 

 

사용자들이 직접 남긴 리뷰를 살펴보면 앱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전문가들은 순기능보다 우려되는 지점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젠리 측은 수집된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정책에는 이 데이터로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트렌드를 모니터링 및 분석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리뷰에는 ‘더 정확한 위치 정보와 다양한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험한 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후기부터 ‘위치추적 기능을 제발 없애달라’, ‘오늘 앱을 처음 깔았는데, 이전에 같은 번호를 사용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뜬다’는 후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 있었다. 앞서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10대의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를 오픈한다는 것의 의미와 위험도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어른 세대가 이를 주목하고 위험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충분히 고지해야 하는데, 아직 공론화가 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Z세대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익숙하고, 그 속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는 점을 잘 노린 앱으로 보인다. 다만 왕따나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여러 범죄에 위치 공유 앱이 악용된 많은 사례가 있었다. 단순히 이용자들이 동의하고 사용한다 해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개인 프라이버시에 점차 무뎌지는 게 사회적으로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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