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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가짜 리뷰로 네이버 포인트 빼먹는 '빈 박스 마케팅' 뭐기에

오픈채팅방에 알바 모집글 수두룩…공정위 최근 적발, 네이버 "기술 고도화 및 모니터링 강화"

2021.12.16(Thu) 14:19:13

[비즈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이른바 ‘빈 박스 마케팅’이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다. 빈 박스를 받고 허위로 상품의 리뷰를 작성하고 소액의 원고료를 받는 방식이다. 모든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암암리에 진행 중인데, 멤버십 포인트를 후하게 받을 수 있는 네이버가 가장 인기가 좋다. 이 같은 허위 마케팅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이뤄지고 있어 이커머스 업체들에 리뷰 신뢰도 저하와 금전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빈 박스 마케팅이 ​이커머스에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술적으로 가짜 리뷰를 생산하는 이 같은 마케팅을 막으려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비즈한국이 지난 13일 빈 박스 마케팅에 직접 경험해봤는데, 박스에 전단지나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채로 배송됐다. 사진=박찬웅 기자


비즈한국은 13일 빈 박스 마케팅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참여해보기로 했다. 빈 박스 마케팅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참여한 채팅방은 2019년 12월에 개설돼 현재 1200여 명이 채팅방에 모여 있다. 채팅방에 들어간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글이 ​쏟아졌다. 글을 올린 이들은 또 다른 오픈 채팅방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유도해 빈 박스 마케팅에 관해 설명했다. 네이버, 쿠팡, 위메프, 지마켓, 옥션, 티몬 등 플랫폼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 중 하나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다른 곳보다 멤버십 포인트가 많이 쌓이고 사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네이버 마케팅에 참여하려고 할 때마다 ‘1:1로 대화 중인 상대가 많아 참여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뜨면서 접속에 번번히 실패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이처럼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씩 올라온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기자는 총 네 번의 빈 박스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부 네이버에서 진행되는 건이었다. 네이버 빈 박스 마케팅의 경우 공통 미션이 있었다. 첫 번째는 체류 시간과 키워드 검색이다. 체류 시간은 1~2분 이상, 그리고 웬만하면 제품명을 검색해서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네이버의 검색 로직을 이용해 상품을 최대한 검색 순위 상단에 올리기 위해서다. 스토어와 상품에 ‘찜’ 버튼을 누르는 것도 거의 필수다. 찜 버튼을 누르면 색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캡처해 마케팅 담당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간단한 미션을 마친 후 물건을 주문했다. ​포인트나 휴대폰 결제는 안 되고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만 결제되는 업체들이 꽤 많았다. 결제를 마치면 구매 내역을 캡처해 마케팅 담당자에게 보내면 된다. 

 

첫 번째로 진행한 마케팅은 완전한 빈 박스 마케팅은 아니었다.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샘플만 보내주고 리뷰를 작성하는 식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리뷰 작성 없이 구매만 하면 빈 박스를 받고 제품값에 원고료 1000원을 얹어주는 형태였다. 나머지 두 건은 빈 봉투가 배송됐으며 리뷰 작성 후 이를 캡처해서 담당자에게 보여주면 수 시간 내에 지불한 제품값에 원고료 1000원을 더한 금액이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한 건으로 멤버십 포인트를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제품일수록 아르바이트생들의 참여도가 높다. 어떤 모집글은 게시된 지 1분도 안돼 이 같은 알림창이 떴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네 건의 마케팅으로 벌어들인 비용은 현금 4000원과 멤버십 포인트 3946원. 제품 금액이 비싸지 않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에 한계가 있었지만, 큰 힘 들이지 않고 네이버 멤버십 한 달 구독료에 가까운 금액을 번 셈이다. 게다가 같은 스토어나 제품을 리뷰하는 게 아니라면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스토어나 제품이 같은 경우에는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빈 박스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에 ‘리뷰 알바’를 검색하면 빈 박스 마케팅 아르바이트생들을 구하는 오픈 채팅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짜 리뷰가 양산되는 과정 역시 물 흐르듯 진행됐다. 마케팅 업체는 실명을 공개하는 곳이 드문 반면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노출해야 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빈 박스 마케팅을 빌미로 사기를 벌이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들은 이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빈 박스 마케팅은 업체마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씩 이뤄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가자를 구하는 글이 채팅방에 올라온다. 만약 이커머스 업체가 이를 뿌리 뽑지 못하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상품의 상세 정보보다 실구매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빈 박스 마케팅으로 가짜 리뷰가 늘수록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제품의 신뢰도만 떨어지겠지만, 가짜 리뷰로 채워진 제품들이 늘어날수록 이커머스 업체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구매 금액의 5%를 적립해주는 네이버를 가장 선호한다. 원고료 1000원보다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사진=네이버 멤버십 블로그


네이버도 금전적 손실이 예상된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보다 더 후한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 물론 모든 아르바이트생은 더 많은 포인트를 받기 위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필수로 가입하고 있어 어느 정도 손실이 상쇄되는 건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해본 결과, 이 아르바이트로 30분 만에 한 달 구독료를 모을 수 있었다. 시간과 제품을 결제할 만한 돈만 있으면 계속해서 멤버십 포인트를 원하는 만큼 쌓을 수 있다.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12월에만 6만 포인트를 적립했다고 자랑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실구매자만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고,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기술로 부정 거래나 가짜 리뷰를 최대한 잡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내부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더 많은 가짜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신규 프로세스를 마련해 의심되는 정황들을 파악하고, 모니터링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짜 리뷰를 생산하는 이들과 이커머스 업체는 창과 방패의 관계와 같다. 업체가 아무리 기술을 고도화해도 사람들은 이를 뚫고 또 다른 방법으로 가짜 리뷰를 양산해낸다. 빈 박스 마케팅 역시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해왔으나, 최근에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온라인 쇼핑몰 ‘카피어랜드’와 광고대행사 ‘유엔미디어’의 빈 박스 마케팅 행위를 적발하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카피어랜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500만 원을, 유엔미디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두 업체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빈 박스 마케팅 방식으로 약 1만 5000개의 가짜 리뷰를 게재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올바른 구매 선택을 방해하고, 비대면 거래에서의 신뢰도를 저하해 건전한 온라인생태계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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