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편의점이 지역 상권에 걸맞은 콘셉트를 입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홍대-합정 번화가를 찾는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식음료를 강화한 프리미엄 매장부터 은행이 인근에 없는 동네에서 새롭게 금융 거점이 된 매장까지 콘셉트도 다양하다. 특화매장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면서 편의점 업계는 상권 맞춤형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배달 앱 등과의 경쟁 속에서 이색 경험이 가능한 특화매장으로 오프라인 편의점의 입지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외형은 카페, 내부는 와인샵·문구점…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표방
지난 11월 25일 합정역 인근에 GS25 합정프리미엄점이 오픈했다. GS25는 이 매장을 ‘뉴 콘셉트 플래그십스토어 1호점’으로 칭한다. 온라인 커머스가 확대되고 있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대응해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합정동 카페거리에 입점한 이 점포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기존 매장과 외관부터 다르다. 파벽돌로 꾸며진 외벽에 입구 양옆으로는 테라스 구역이 넓게 자리했다. 상품 구색도 상권과 점포 콘셉트에 맞게 꾸렸다. 간편식, 신선식품, 베이커리 등을 강화하고 조미료, 생활용품 등은 축소했다.
간편식 브랜드 쿠캣의 대표 상품들은 전용 냉동 매대를 차지했다. 매대에는 볶음밥 밀키트, 티라미수찹쌀떡 등 MZ세대에 인기 있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들이 진열돼 있다. 코엑스와 신촌에 있는 오프라인 ‘쿠캣마켓’을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이 밖에도 디자인 잡화 브랜드 텐바이텐의 문구류와 스마트폰 악세서리, 디저트 브랜드 초코파이 하우스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매장 곳곳에 진열돼 있다.
매장을 방문한 20대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가장 가까운 매장은 아니지만 디저트 제품이 많아 일부러 찾아왔다. 주변에 카페가 많아도 출출할 때 편의점을 찾게 되는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산대보다도 입구에 더 가깝게 구성된 넓은 카페, 주류매장을 방불케하는 와인 매대도 다른 매장과 차별화한 지점이다. 와인은 생산지별로 코너를 나눠 진열했고 치즈, 하몽 등 추천 안주도 함께 판매한다. 매장 직원은 “커피는 세 가지 원두를 취급해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고, 특히 와인의 경우 중저가 상품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판매해 찾는 사람이 많다”며 “방문 고객들은 카페 같은 외관과 인테리어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데, 취급하고 있는 상품도 기존 편의점과 달라 호응이 있다”고 말했다.
GS25는 오픈 첫날인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 점포를 찾은 방문 고객 중 86.2%가 20~30대라고 밝혔다. 도심 유흥 상권임을 감안하더라도 주변에 여러 편의점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젊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이끈 셈이다. 카테고리별 주요 상품의 매출 구성비는 일반 GS25 점포 대비 △도시락, 김밥 등 신선식품 2.4배 △원두커피 3.1배 △아이스크림 4.3배 △화장품 2.5배 △와인 7.4배를 기록했다. GS25는 고객들이 이곳에서 와인을 구매한 뒤 인근 식당에 가서 콜키지 서비스(개인이 가지고 온 주류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즐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U마천파크점×하나은행은 은행과 편의점의 숍인숍 매장이다. 매장 입구에는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안내가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편의점에서 체크카드 발급까지, 은행과의 숍인숍으로 플랫폼화 시도
지난 10월 문을 재개장한 CU마천파크점×하나은행에서는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기존에도 편의점에서 입출금, 송금 등의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지만 이 점포에서는 계좌개설과 화상상담, 바이오등록 등이 가능하다.
매장 출입구 옆으로는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업무가 적혀 있고, 점포 내부는 은행 업무를 보는 구역과 물품이 진열된 편의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스마트 셀프존’에는 STM(Smart Teller Machine) 한 대가 설치돼 있고 스마트 셀프존 옆으로는 일반적인 CD기 한 대가 있다. STM은 약 50가지 은행 업무가 가능한 종합금융기기다. 일반 ATM에서 가능한 입출금, 통장정리 등의 기본 업무는 물론 화상상담 및 바이오인증을 통해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OTP) 발급 등 영업점을 가야만 처리할 수 있던 금융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 점포를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으로 칭한다. 특정 브랜드나 기업과 협업해 혜택이 특화된 신용카드를 일컫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의 개념을 차용했다. CU와 하나은행, 두 브랜드가 서비스와 콘텐츠를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콜라보 모델이다.
이 점포는 BGF리테일과 하나은행이 지난 9월 체결한 미래형 혁신채널 구축 및 디지털 신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의 결과물이다. 점포 지정과 형태 구상에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됐다. 이 점포는 5호선 마천역에서 10분 내외 거리에 있는데, 반경 500미터 내에 하나은행을 포함한 은행 영업점 및 자동화 코너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아파트 앞 상가에 자리 잡은 50여 평 규모의 점포에서 12평의 공간을 확보해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으로 리모델링했다.
매장에는 기존 ATM기보다 다양한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STM 기기가 설치돼 있다. 통장 개설부터 체크 카드 발급까지 화상 상담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 셀프존에서 바라본 매장 내부(위)와 STM기기. 사진=강은경 기자
현재 매장에는 하나은행 직원과 BGF리테일 직원이 한 명씩 상주한다. 은행-편의점의 숍인숍(Shop-in-Shop·하나의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가 들어있는 형태) 매장이 처음이다 보니 고객에게 안내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매장에서 만난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은행 지점이 거여점이다. 도보로 20분 이상 걸리는 위치라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멀리 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편의점에서 은행 서비스는 24시간 이용 가능하지만 본인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의 경우 화상으로 고객센터와 연결해야 해서 체크카드 발급 등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 가능하다”며 “사실 통장 발급, OTP 카드 재발급 서비스 등 재발급 업무가 가장 급하지 않나. 멀리 나가기 번거로운 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일하는 CU 직원은 “주변이 다 주택가, 아파트인데 인근에 은행이 없어서 근처 주민들이 은행 가듯이 꾸준히 들른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들른 고객들이 편의점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정 콘텐츠를 강화한 특화매장의 가능성을 엿본 편의점 업계는 콘셉트를 다양화하고 특화 매장 수를 확대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GS25는 올해 말까지 플래그십 스토어를 한두 곳 추가로 선보이고, 내년 말까지는 금융업무 강화형, 주류 강화형 등 특화매장 10여 개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은 편의점을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 금융 시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제휴점을 추가 개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 영업점 내에 CU 무인매장을 입점시키는 정반대의 숍인숍 형태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온라인 유통 플랫폼과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편의점 업계 입장에서 오프라인 매장만의 특색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객의 발걸음을 이끌 만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것을 점포에 적용할 방법을 찾는 게 주요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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