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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이 한국에 오지 못하는 까닭

국내단체 기준 안 맞아 인증 못 받아 지난해 사업 보류…"ESS 시장 키우려면 인증 기준 완화해야"

2021.12.15(Wed) 14:40:31

[비즈한국] 테슬라가 만든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메가팩’​의 한국 시장 진입이 난항에 빠졌다. ESS 사업을 하려면 단체표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테슬라 제품을 인증할 방법이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ESS 시장 발전이 목표라면 인증 기준을 완화하고, 사고 발생 시 기업들의 사후 책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테슬라가 만든 에너지 저장장치(ESS) ‘메가팩’​(사진)의 한국 시장 진입이 난항에 빠졌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3분기에만 매출 약 138억 달러(약 16조 3765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한 수치이며,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순이익 역시 16억 2000만 달러(약 1조 9225억 원)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전기차 판매량이다.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24만 13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2% 급증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외에 ESS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ESS 사업으로 3분기에만 8억 600만 달러(약 94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억 7900만 달러)보다​ 3억 달러 가까이 매출 신장에 성공했다. 올해 누적 매출액은 21억 100만 달러(약 2조 4933억 원)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의 ESS 사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는 사업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에너지 사업이 자동차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파워월(가정용)’, ‘파워팩(공공시설)’, ‘메가팩(대용량)’ 등 ESS를 50개국 이상에 공급 중이다. 

 

테슬라 ESS, 특히 메가팩의 최대 장점은 설치 속도와 편의성 등이 꼽힌다. 테슬라의 메가팩은 배터리의 모듈 형태로 설계된 일체형 제품이다. 콘크리트 바닥만 평평하게 잘 다져놓고, 그 위에 크레인을 이용해 일체형 제품인 메가팩을 통째로 내려놓으면 끝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3에이커(약 1만 2141제곱미터) 넓이에 메가팩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 시설을 건설할 경우, 화석 연료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설치 속도가 4배나 빠르다. 

 

일체형으로 설계된 테슬라 ESS 메가팩은 설치가 빠르고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FRV 유튜브 영상 캡쳐


테슬라는 2018년부터 국내 ESS 시장 진입을 계획했다. 2018년 국내에 ESS 사업 전담팀을 꾸리고,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파워팩 구축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아직 실행되지 못했다. 테슬라가 국내에 ESS를 들여오려면 국가기술표준원의 KC인증마크와 한국전지산업협회(KBIA)의 단체표준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기 때문. 테슬라는 지난해 초 KC인증마크 획득에 성공했지만, 단체표준 인증을 여전히 받지 못한 상황이다.

 

테슬라가 단체표준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에 테슬라의 ESS를 평가할 방법이 없어서다. 테슬라의 ESS는 배터리와 배터리를 운영하는 부속품이 결합되어 운영된다. 일례로 테슬라는 DC/DC 컨버터를 배터리에 부착해 배터리 전압을 적절히 관리한다. 그러나 KBIA는 부속품들이 결합한 배터리를 인증규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부속품들이 배터리 자체의 성능을 인증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KBIA와 테슬라는 3년 동안 인증 방법 마련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테슬라는 ESS 화재로 인한 국내 여론 악화와 코로나19 확산으로 ESS 국내 진출을 잠정 보류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여러 기업이 배터리의 불안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부하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제조사들의 ESS는 전력의 변환이나 품질 변화에 대한 부하를 전적으로 배터리에 전가하고 있다. 물론 테슬라 제품이 국내 제품보다 100%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단체표준 인증 기준 때문에 이 같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SS는 배터리 성능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ESS 개통에 연계하는 전력변환장치(PCS) 등 시스템과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안전성 테스트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KBIA의 인증기준은 국내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증의 대상이 특정 기업으로 국한된다면 이를 인증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50개국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ESS를 평가하지 못하는 인증을 어떤 사람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인증 평가 방법을 구체화하거나 보완할 의지도 없어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는 애국이 아니라 사익 추구에 가깝다”며 “​인증 평가 기준을 완화해 다양한 ESS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 대신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사후 책임에 대한 제도 마련에 신경 써야 한다. 현재로서는 화재가 발생해도 해당 ESS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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