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뚜기와 이재명,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가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슈퍼’가 만든 패러디 포스터 때문이다. 이 포스터는 오뚜기 상표와 잼 제품 사진에 이 후보의 이름과 사진을 합성해 패러디했다.
한 네티즌이 이 패러디를 제보하자 오뚜기 측은 기업 로고의 무단 사용에 대해 항의하고 상표 침해 저작물 게시 중단을 요청했다. 오뚜기 측은 “사이트에 게재된 포스터는 오뚜기의 허락 없이 오뚜기 로고 상표를 무단으로 변형해 사용했다. 오뚜기는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위와 같은 행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패러디 홍보물을 올린 지지자 모임은 결국 이를 사이트에서 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기업이 나서면서 일파만파 커졌지만, 패러디는 정치권에서 흔한 일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열띤 홍보를 이어가는 지금도 다양한 패러디 영상과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정치인 홍보에 특정 기업의 상표나 제품 이미지를 쓰는 건 모두 상표권 침해에 해당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상표적 사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표적 사용이란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사용을 의미한다.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려면 상표적 사용이 전제돼야 하는데, 오뚜기 상표 패러디에 쓰인 오뚜기 상표가 특정 상품의 출처를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저명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저하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규정하는데, 공익적인 활동·비상업적 사용은 해당되지 않는다.
김영두 특허법인 인벤싱크 변리사는 “상표가 포스터나 상품에 쓰였다고 해서 무조건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그걸 상표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오뚜기 패러디 사례에서 문제가 된 포스터를 보고 일반 사람들이 ‘오뚜기 것’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은 작다. 그래서 상표권 침해가 아닐 여지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포스터나 로고를 이용해 굿즈 같은 제품을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품에 패러디한 이미지가 사용될 경우, 해당 제품이 원제작자의 것과 혼동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변리사는 “개별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다만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든, 무료로 배포하는 제품이든, 원제작자의 상표적 사용과 유사할 경우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뚜기가 직접 입장문을 올려 패러디 홍보물과 선을 그은 이유는 뭘까.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EBS ‘펭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등이 패러디 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EBS 측과 ‘이태원 클라쓰’ 원작 웹툰 작가는 패러디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기업과 원작자가 분명하게 반대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두는 경우도 많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개인 유튜브 채널 명인 ‘TV홍카콜라’는 코카콜라를 패러디한 것으로, 관련 패러디 이미지가 다수 만들어졌다. 하지만 코카콜라 측은 “기업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지만, 경쟁 업체가 아니고 제품에 활용한 것도 아닌 일종의 패러디여서 문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홍보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정치색이 입혀져 브랜드 이미지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패러디물은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삭제를 요청하는 게 추후 생길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요즘엔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2차 저작물이 퍼지는 속도가 빨라 기업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번 오뚜기 대응도 문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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