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우주 최초의 별들을 찾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간다

초기 우주의 암흑 속에 숨어 있는 더 많은 은하 관측 위해 22일 발사 예정

2021.12.13(Mon) 10:04:29

[비즈한국] 2003년 9월 24일 허블 우주 망원경은 남쪽 하늘의 한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냥 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저 까맣게 텅 빈 작은 하늘이었다. 보름달 하나보다도 훨씬 작은, 하늘 전체 면적의 1300만 분의 1에 불과했다. 허블 망원경은 2004년 1월 16일이 될 때까지 계속 지구 곁을 맴돌며 꾸준히 이 방향의 하늘에서 날아오는 빛을 모았다. 

 

허블 망원경은 지구 주변을 400바퀴 가까이 맴도는 동안 800번에 걸쳐 이곳을 응시했다. 이 방향의 하늘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틈틈이 빛을 모은 결과, 총 11.3일이 넘는 긴 노출 시간 동안 빛을 모은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던 이 좁은 암흑 속에서 1만 개가 넘는 은하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DF, Hubble Ultra Deep Field)의 이야기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 관측이 담았던 하늘의 좁은 영역. 작은 사각형으로 표시된 곳이다. 사진=Digitized Sky Survey(DSS), STScI/AURA, Palomar/Caltech and UKSTU/AAO


허블 울트라 딥 필드 관측으로 확인한 먼 초기 우주 은하들의 모습,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까만 작은 하늘 속에서 수만 개의 은하가 나타났다. 사진=Digitized Sky Survey(DSS), STScI/AURA, Palomar/Caltech and UKSTU/AAO

 

이런 허블 망원경조차 미처 담지 못했던 또 다른 은하들이 최근 추가로 발견됐다. 초기 우주의 먼지에 가려져 숨어 있던 은하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체 우리 우주 끝자락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들이 더 숨어 있는 것일까? 우주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첫 번째 은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허블 망원경조차 보지 못한 새로운 초기 우주의 은하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사람 눈과 같은 가시광 영역과 약간 더 파장이 짧은 근자외선 영역의 빛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그런데 가시광과 자외선 빛은 먼지에 의해 쉽게 가려진다. 특히 아주 머나먼 초기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은 그 중간에서 시야를 가리는 여러 가스 구름과 우주 먼지에 의해 쉽게 가려진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먼지 구름의 방해를 덜 받는 훨씬 파장이 긴 전파 관측을 함께 활용한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에 해당하는 재이온화 시기의 밝은 방출선들을 탐색하는 REBELS(Reionization-Era Bright Emission Line Survey) 관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허블 망원경으로 봤을 때 밝은 자외선을 방출했던 은하 주변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역을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했다. 이번 연구에선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거대 전파 망원경 ALMA를 활용했다. 그 결과 전파를 밝게 내보내고 있는 숨은 은하 두 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한 두 은하 REBELS-12와 REBELS-29 주변 영역의 전파 관측 결과, 허블로 봤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텅 빈 영역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전파 광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REBELS-12와 REBELS-29로 명명된 은하 주변에 놓인 또 다른 은하들이다. 이들은 모두 빅뱅 직후 7억~8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아주 어린 시절의 우주에 살면서 활발하게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은하들이다. 우주 팽창의 효과로 인해 현재 이 은하들은 우리 지구에서 약 290억 광년 거리에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거의 끝자락에 놓인 은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130억 년 전 초기 우주의 은하 약 10~20퍼센트가 우주 먼지에 가려진 채 숨어 있을 거라 추측한다. 만약 추가 전파 관측을 통해 우주 먼지 뒤에 숨어 있는 초기 은하들이 모두 발견된다면, 현재까지 알고 있던 초기 우주의 은하들은 최대 25퍼센트 가까이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드디어 발사를 앞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사진=NASA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오는 22일 드디어 우주로 올라가게 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이미 사용 기한을 넘어서 혹사당하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뒤를 이을 차세대 우주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을 개발하는 데만 지금까지 11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 최신 기술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는 이 까다로운 미션은 이미 여러 번에 걸쳐 발사가 연기돼 천문학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관련 기사 [사이언스] '날릴까 말까 날릴까 말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특히 다른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변 저궤도를 도는 허블 망원경과 달리, 제임스 웹 망원경은 달 궤도 너머 지구에서 약 150만 km 거리에 떨어진 라그랑주 2 포인트까지 떠나게 된다. 최대한 지구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채 태양을 등지고 먼 우주의 희미한 빛을 모으기 위해서다. 따라서 가끔씩 우주인이 직접 올라가서 수리를 할 수 있었던 허블 망원경과 달리 한 번 궤도에 올리고 난 이후로는 사람이 직접 수리를 하러 갈 엄두도 낼 수 없다. 만약 허블 망원경처럼 발사가 다 진행된 이후에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뒤늦게 수습을 할 수 없는 아주 까다로운 미션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배치해서 총 6.5m 크기의 거울로 빛을 모은다. 기존 허블 망원경보다 2~3배 더 큰 눈동자로 우주의 빛을 담게 되는 셈이다. 또 가시광과 근자외선을 관측한 허블과 달리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 빛으로 초기 우주를 관측한다. 이 때문에 태양과 지구와 같은 아주 가까운 천체들에서 새어나오는 적외선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총 다섯 겹의 거대한 태양빛 가림막을 펼쳐 태양 빛에 의한 방해를 원천 봉쇄한다. 

 

그 덕분에 태양 빛을 바라보는 방향은 110도 가까이 뜨거워지지만 가림막 너머 망원경의 광학 장비들은 -235도, 거의 절대 영도에 가까운 아주 낮은 온도로 차갑게 유지될 수 있다. 아주 얇은 가림막 다섯 겹 사이로 110도와 절대 영도라는 엄청난 온도 차이의 벽이 발생한다. 이런 놀라운 기술 덕분에 제임스 웹은 우주 먼지를 꿰뚫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초기 우주의 희미한 적외선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 

 

초기 우주에서 1세대 별들의 강한 자외선 복사에 의해 우주가 재이온화 시기를 겪는 순간을 재현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 이미지=M. Alvarez, R. Kaehler, and T. Abel

 

모두의 바람대로 제임스 웹이 무사히 궤도에 올라간다면 2022년 6월 본격적인 첫 관측이 시작된다. 이를 통해 제임스 웹은 빅뱅 직후 겨우 2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의 모습을 담게 될 것이다. 사실상 우주에 별들이 처음 빛을 내기 시작하면서 암흑기(Dark Age)가 끝난 순간의 모습을 보게 되는 셈이다. 우주의 1세대 별들이 한꺼번에 강렬한 자외선 빛으로 우주를 비추면서 잠시 동안 우주의 수소들을 이온화했던 재이온화 시기(Re-ionization Era)보다 더 이른 시기다. 허블 망원경이 최초의 은하를 보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면 그 뒤를 잇는 제임스 웹은 그보다 앞선, 아예 우주 최초의 별의 모습을 담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과연 이 우주의 암흑이 끝나고 ‘별’의 시대가 시작되던 순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첫 번째 불씨가 피어오르던 순간을 확인할 수 있을까? 허블 망원경이 울트라 딥 필드를 통해 겉보기에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암흑 속에서 수만 개의 은하를 보여주었다면, 곧 올라갈 제임스 웹은 허블 울트라 딥 필드에 담긴 은하들 사이사이 빈 공간 속에서 또 다시 더 어두운 수만 개의 은하와 별을 보여줄 것이다. 암흑을 확대해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고 계속 암흑만 이어지게 되는 날을 맞이할 때까지, 암흑을 파고 드는 천문학자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가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기원한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3620-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846-z​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달 표면 크레이터에 '블랙홀'의 흔적이?
· [사이언스] 우주선 입자를 통해 화산 폭발을 예측한다?!
· [사이언스] 뒤늦게 밝혀진 스탠리 밀러의 실수, 그리고 놀라운 반전
· [사이언스] 핵폭탄? 미사일? 소행성 충돌에서 지구를 지키는 방법
· [사이언스] 우주의 진짜 소리를 담으려 했던 '음악가' 케플러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