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겹치면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봉쇄 수준의 조치를 요구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우려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 2개 중 1개가 자영업자(개인사업자)였으며, 대다수가 직원을 5명 이하로 둔 영세 자영업자들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이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해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계속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9일 하루 국내 신규 확진자는 7022명으로 전날(7102명)에 이어 사흘 연속 7000명을 넘었다. 이러한 유행이 이어지면 1월 전후로 신규 확진자가 최대 1만 명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가능성만 내비칠 뿐 아직 본격 추진은 못하고 있다. 대신 여러 논란과 반발에도 방역 패스를 확대하고, 백신 3차 접종 간격 축소(4~5개월→3개월)와 청소년 백신 접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더는 간과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한 해 동안 사라진 일자리는 263만 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9만 개(49.1%)가 개인사업자가 제공한 일자리였다. 기업체에서 지난해 없어진 일자리 106만 개(40.4%)보다도 많다. 개인사업자들이 제공한 일자리 중 지난해 없어진 129만 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66만 개는 가게 자체가 문을 닫으면서 사라졌다. 코로나19가 국내 퍼지기 시작한 2020년에 봉쇄식 방역조치를 취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종업원 수가 5명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컸다. 지난해 사라진 개인사업자 일자리 129만 개 가운데 83.3%에 달하는 107만 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제공했다. 또 가게 문을 닫으면서 없어진 개인사업자 일자리 66만 개 중에서 88.9%나 되는 59만 개가 영세 자영업자였다. 자기 혼자나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 수준의 영세한 업체로서는 강력한 방역조치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문을 닫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을 메꾸느라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동안 개인사업자 부채는 매년 20조 중반대 증가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에는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6년 말 261조 원이던 개인사업자 부채는 2017년 말 288.8조 원(전년 대비 27.8조 원 증가)으로 늘었다가, 2018년 말 313.8조 원(25조 원 증가), 2019년 말 338.5조 원(24.7조 원 증가)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조치로 가게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47.5조 원이 급증해 386조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11월 말 기준)는 개인사업자 부채가 35.9조 원 늘어난 421.9조 원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면서 대출이 다소 주춤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로서는 거리두기 강화 카드를 곧바로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보다는 자영업 지원책을 내놓으며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각각 전 국민 재난지원금 25조 원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50조 원 공약으로 맞붙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여기서 더 나가 ‘코로나19 손실보상 100조 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협상 요구에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할 때 바로 코로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선대위에서 검토하는 사항”이라며 “민주당과 협상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100조 원을 더 한다고 해도 이미 다른 나라가 지원한 규모에도 턱없이 모자란다”며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절박함에 공감한다면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실질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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