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국내에서 발생한 ‘노재팬 운동’이 만 2년을 넘긴 현재 ‘아직 진행형이다’ 또는 ‘미지근해졌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3년만에 재매물로 나온 한국미니스톱과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속 빈 강정으로 평가 받는 유니클로 사례가 노재팬 운동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노재팬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동원 피해를 물어주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일제는 사지 않고, 쓰지 않으며, 현지에도 가지 않는다는 자발적 운동이다.
한국미니스톱은 점포수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 이어 5위 규모 편의점인 미니스톱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에 밀려 지난 2017년 4위 자리를 내주더니 2018년에 이어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미니스톱은 모회사인 일본 이온그룹이 1990년 대상과 손잡고 미니스톱 한국 법인을 세우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미니스톱 지분은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한 일본미니스톱 76.06%, 대상 20%, 미쓰비시 3.94%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2년 사이 대상에 이어 미쓰비시가 지분 전량을 일본 이온그룹에 매각하면서 현재 일본미니스톱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한 일본미니스톱 지분 전량으로 이번 매각을 통해 일본 자본은 한국시장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미니스톱은 PB(자체브랜드)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전범기업 대명사’로 꼽히는 미쓰비시가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노재팬 운동의 직격탄까지 맞으며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미니스톱은 직전 회계연도(2019년 3월~ 2020년 2월) 기준 매출 1조 1271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에 비해 역성장했고 당기순손실은 11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서는 매출 1조 794억 원, 영업손실 143억 원으로 온전히 적자전환했다.
앞서 2018년에도 미니스톱은 시장에 매물로 나와 롯데와 신세계 등이 참여해 본입찰까지 진행됐지만 매각가에 대한 이견으로 불발됐었다. 당시 롯데는 4000억 원대 금액을 제시하며 최고가를 써냈지만 일본 이온그룹이 이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미니스톱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가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려 실사를 진행중이며 본입찰은 내년 1월에 진행될 전망이다. 미니스톱 매각이 이번에 성공할 지 여부는 가격에 달려 있다는 평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8년 당시보다 매각가가 훨씬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복수의 편의점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 업계 자율규약에 따라 신규 출점에 제약을 받고 있고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의 경우 매각 이후 조건에 맞는 다른 편의점 브랜드와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해 미니스톱 브랜드 가치는 3년 전에 비해 저평가 될 공산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유니클로는 노재팬 운동의 상징 같은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 유니클로 CFO(최고재무잭임자)가 “한국에서 불매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폄훼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유니클로는 한국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유니클로 지분은 일본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유니클로는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영업이익 52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여전한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노재팬 직격탄을 맞기 전 유니클로는 2019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기준 매출 1조 매출 1조 3780억 원, 영업익 1994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불매운동에 휩싸인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에는 매출 6297억 원을 거두며 전 회계연도에 비해 50% 이상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883억 원에 달하며 적자전환했다.
2019회계연도 기준 전국 190개에 달하던 매장도 2020회계연도에는 163개, 이번 회계연도에는 134개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 신규매장인 부산사하점을 냈지만 여전히 노재팬 이전의 공격적인 확장은 요원하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니클로는 이번 회계연도에도 매출 감소세가 여전하다.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점포 폐점과 마케팅비 축소 등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니클로는 이번 회계연도 흑자전환을 이유로 직전 회계연도에서 중단했던 주주 배당을 재개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번 회계연도에서 중간과 기말배당을 합쳐 총 1000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장기화로 접어든 노재팬 운동의 새로운 이슈가 없어 불매운동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세는 식지 않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올 7월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1.5%는 ‘여전히 일본제품을 기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소비자행태조사에서 소비자 75%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조사 결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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