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런 제품도 있었나?’ 마트, 편의점을 찾을 때마다 낯선 라면, 과자 등이 눈길을 끈다. 라면·제과업계에서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까다로운 입맛 잡아라’ 라면·제과업계 신상품 출시 속도 빨라져
농심은 지난 9월 자사 제품 ‘너구리’에 카레를 넣어 만든 ‘카구리’ 컵라면을 출시했다. 전국 PC방 이용자 사이에서 유명해진 조합을 상품화한 것으로 출시 직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카구리는 출시 한 달 만에 230만 개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 10월에는 ‘새우깡 블랙’을 선보였다. 새우깡 블랙은 트러플이 가미된 제품으로 출시 3주 만에 290만 봉이 넘게 판매되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된 스낵 신제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라면·제과업계가 신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의 ‘사천백짬뽕’, 삼양식품 ‘러블리핫불닭볶음면’, 오뚜기 ‘순후추라면 사골곰탕맛’ 봉지면 등이 모두 지난달 새로 출시된 라면이다. 한 달에도 몇 개의 신제품이 출시되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비즈한국이 농심·오뚜기·팔도·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 업체의 신상품 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된 라면 신제품 개수는 총 69개였다. 2020년 35개, 2021년 34개다.
신상품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오뚜기다. 오뚜기는 지난해 14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올해는 12개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농심은 지난해 8개 신제품을 공개했고 올해는 9개의 새로운 라면이 시장에 나왔다. 삼양식품은 작년과 올해 각각 7개의 신제품을 선보였고, 팔도 역시 올해와 작년 모두 6개씩 신제품을 내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마다 출시되는 신상품 개수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들어 출시 속도가 빨라지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시중에 판매 중인 라면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많지 않나. 다양한 맛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업계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과업계도 신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오리온에서는 최근 2년간 21개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14개, 올해는 7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롯데제과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7개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농심은 작년에 6개, 올해 7개의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크라운제과는 2년간 9종, 해태제과는 12종의 스낵류를 새롭게 출시했다.
특히 제과업계는 콜라보를 통한 신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농심은 지난 3월 스테디셀러 스낵 ‘양파링’에 짜장라면 ‘짜파게티’의 맛을 더한 ‘짜파링’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바나나킥’과 ‘옥수수깡’의 맛을 팝콘에 접목한 신제품 ‘바나나킥 팝콘’과 ‘옥수수깡 팝콘’ 등도 출시했다.
빙그레는 지난 2월 오뚜기와 손잡고 과자 ‘야채타임’에 참깨라면 맛을 더한 ‘참깨라면타임’을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크래커 ‘제크’에 ‘가나’ 초콜릿을 입힌 ‘제크X가나초코샌드’를 출시했고, 팔도는 팔도 비빔장을 과자와 콜라보한 ‘팔도 비빔칩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팔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래 개발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시장에 정식 출시하기 전 콜라보 등으로 시장 분위기를 보고 맞춰가는 형태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제품 개발부터 시작해 포장, 네이밍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그에 비교해 콜라보 제품은 개발이 훨씬 수월하다”면서 “특히 ‘익숙한 것의 낯선 조합’에 소비자가 재미를 느낀다. 최근에는 먹방 등을 통해 소비자가 여러 상품을 조합해보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프로슈머(참여형 소비자)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단종됐다고?’ 소리 소문 없이 자취 감추는 상품도 늘어
다양한 신제품이 시장에 선을 보이지만 모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품 출시에 속도가 붙은 만큼 단종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 반응이 기대 이하일 경우 빠르게 제품을 거둬들이고 다른 새 상품을 꺼내 드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69개의 라면 중 벌써 단종된 제품이 6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출시했던 라면 중 ‘신림동백순대볶음면’, ‘불타는고추비빔면’, ‘찐수타육개장’ 등 3종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농심의 ‘옥수수면’, 팔도의 ‘팔도BB크림면’ 등도 더는 구매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시장은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의 인기가 굳건해 새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면서 “계속해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는 라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낵류도 단종 속도가 빠르다. 올해 출시됐던 농심의 ‘미니짜파링’은 벌써 단종됐고, 롯데제과도 작년과 올해 출시한 제품 2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오리온은 작년에만 9종, 올해 2종의 제품이 단종됐다. 크라운제과는 작년과 올해 2개 제품을, 해태제과는 3개 제품의 단산을 결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다른 맛 등으로 교체된 경우가 상당수”라며 “최근 들어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분위기이며 신제품이 빨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는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은 과거에는 몇 가지 제품이 오래 사랑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군이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식품업계에 롱런하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한 가지 맛으로 오래 사랑받는 게 어려운 시대다. 식품업계는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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