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과거 노태우 정부는 선거공약의 하나로 최초의 국민주를 내세웠다. 서민들의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겠다며 공기업 민영화 수단으로 198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첫 국민주로 도입했다. 공모가는 1만 5000원이었는데 중하위 계층에게는 30% 할인된 1만500원에 보급했다. 청약자는 320만 명이 넘었고, 시초가는 4만 3000원에 형성되며 청약자들은 크게 재미를 봤다.
이후 공모주 청약은 청약 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주식을 더 받을 수 있어 이른바 ‘큰손들의 잔치’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규정이 바뀌며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됐다. 이는 최소 증거금을 낸 모든 청약자에게 공모주 일반 청약 물량의 50% 이상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소액만 있어도 공모주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코스피 공모금액은 17조 원이었다. 공모 시가총액도 87조 2000억 원에 육박했다. 올해만 해도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우량한 기업들이 상장하며 공모주 청약 열기를 끌어올렸다. 특히나 최근 카카오페이가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일반 청약자들에게 100% 균등 배정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장에서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공모주가 상장하고 난 뒤는 어떨까. 모든 공모주가 상장 당일 급등하지도 않지만, 상장 첫날 급등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계속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공모가가 3만 9000원이었던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9만 4400원까지 올랐다가 6만 원 초·중반대에서 머물고 있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 8000원이었는데, 상장 당일 40만 500원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다가 최근에는 40만 원 후반을 움직이고 있다.
직장인 A씨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모주 청약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카카오뱅크로 잇따라 쏠쏠한 재미를 보면서 크래프톤에도 투자했지만, 여전히 물려있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첫날 매도하려고 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의도치 않게 팔지 못했다. 지난달 50만 원 후반까지 올랐을 때도 더 큰 이익을 기대하며 매도에 나서지 않았다. A씨는 “공모가가 높기에 주가도 더 크게 오를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주가 변동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시장의 관심이 많은 특정 주식의 경우, 공모가격이 높게 설정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쉽게 공모주 투자에 접근할 수 있게 됐지만, 공모주 투자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시장에서 들어본 기업이라서’, ‘매스컴에 나오는 큰 기업이라서’ 등의 이유로 투자 기업을 선택하고, “어차피 상장 첫날 매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이다. 상장 이후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투자자들은 상장 전 투자설명서나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투자설명서에는 사업계획이나 투자위험 요소 등 공모가격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 혹은 상장 이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적혀있다. 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부터가 공모주 투자의 첫걸음이다. 특히, 기술 특례상장 등의 특례상장제도가 있어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할 수 있다. 기술 등은 인정받았지만, 신규 상장 이후 단기간에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주가는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또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서 기관 투자자들 의무 보유 확약 내용 등도 살펴봐야 한다. 기관 투자자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데, 이를 ‘의무 보유 확약’이라고 한다. 상장 초기 의무 보유 확약 기간이 끝나면 기관 투자자들의 물량이 대량 매도될 수 있고,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무 보유 확약의 물량과 매도 가능 시기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 비율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공모가를 하회해 왔는데, 최대 주주 장병규 의장의 특수관계법인 벨리즈원과 임직원들의 구주매출이 전체 공모금액 대비 3분의 1에 달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 SSG, 카카오엔터 등 굵직한 기업들의 IPO가 예정돼있다. 이번에는 공모주에 투자하기 전 투자설명서와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의도치 않게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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