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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이긴 한정판 효과? 유니클로 흑자 전환에 숨은 '착시'

매출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매장·판관비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시적 이익 난 '불황형 흑자'

2021.12.07(Tue) 14:46:12

[비즈한국] 유니클로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한정판 마케팅 등을 통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극복하고, 떠나간 소비자들이 다시 매장에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당기 매출이 전기보다 오히려 줄어들어 이번 흑자가 각종 마케팅의 효과라기보다는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니클로는 지난해부터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일시적으로 5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1월 31일 폐점한 유니클로 명동점 폐점 안내문. 사진=박찬웅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에는 영업손실이 883억 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도 473억 원으로 전기에 기록한 994억 원의 당기순손실 기록을 뒤집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달 중으로 주주에게 연말 배당금으로 900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연말 배당은 2019년, 2020년을 건너뛰어 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의 이 같은 호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한정판 마케팅’을 흑자 전환 요인으로 꼽는다.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협업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실제로 독일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한 ‘플러스 제이(+J)’ 컬렉션이 출시되자 몇몇 매장에 구매 인파가 몰렸다. 이에 유니클로가 ‘NO 재팬’, ‘일본 불매운동’을 외치던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에프알엘코리아의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니 유니클로의 당기 매출은 약 5824억 원으로 전기 매출 약 6297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일본 불매운동 이전에 매출이 1조 3700억 원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수치다. 한정판 마케팅이 이번 흑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지난 11월 12일 질 샌더와 협업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의 유니클로 매장 앞에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유니클로의 이번 흑자는 부실 점포 폐점 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2019년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에 따라 ‘리스(임대)’나 건물에 입점해 얻는 ‘사용권’을 회계상 자산으로 잡아야 한다. 사용권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떨어지면 손실로 기록된다. 사용권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점포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수년 동안 매장 운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유니클로의 전기 기준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은 약 322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유니클로는 매장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2019년 187개였던 국내 매장을 지난해 130여 개로 정리했다. 그 결과 당기에는 사용권 손상차손이 발생하지 않았다. 유형자산의 손상차손도 약 184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것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면서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매장 수를 줄임에 따라 판관비가 대폭 감소한 것 역시 흑자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기 기준 판관비는 약 3677억 원에 달했으나, 당기에는 266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종업원 급여가 약 1340억 원에서 959억 원으로 4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감가상각비는 686억 원에서 378억 원으로 줄었다. 광고·판촉비 역시 240억 원에서 16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을 냈다는 건 ‘불황형 흑자’로 평가할 수 있다. 매출이 줄었지만 판관비를 더 많이 줄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즉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영업이익”이라며 “매장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유니클로 입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관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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