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달 29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미래지향 인사제도 개혁안의 파장이 상당하다. 대기업은 물론 IT·벤처기업들조차도 삼성전자의 변화를 주목한다. ‘뉴삼성’의 초석이 될 이번 인사개혁안을 놓고 ‘젊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달라진 삼성 포인트는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
이번 삼성전자의 인사개혁은 철저한 ‘성과 평가’와 ‘기회 제공’으로 요약된다.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를 폐지해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해졌고, 직급 제도를 단순화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내부 소통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만 승격이 가능했던 기존 CL2(이전 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를 손봐 성과를 입증하거나 직무 관련 전문성을 증명하면 빠른 승진이 가능해졌다. 통상 삼성전자 공채가 아니어야만 가능했던 30대 임원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했다. 동시에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되는 것을 막고,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에 방점을 맞춘 셈이다. 임원 보직 역시 전무 직급을 과감히 폐지하고 부사장으로 통합키로 했다. 임원들이 적체되어 발생하는 경직성을 해소하고 동시에 젊고 능력 있는 임원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회사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내부에서는 ‘기대감’ 속 뒤숭숭
이번 결정을 놓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적체된 인사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밖에서 보기에는 삼성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조직 내부에서는 일하는 사람에게만 일이 몰리고, 그에 비해 인사 고과나 승진의 기회는 제한적인 거대한 조직이라는 우려감이 있었다”며 “이번 인사개혁이 삼성전자를 더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등급별로 정해진 비율에 맞춰 평가하던 기존 인사 제도의 경우 부서 내에서 경쟁이 불가피했는데,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부서원 비율과 관계없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은 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0년 넘게 근무한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임원이 되려면 석박사 이상이거나 외국의 알아주는 기업 출신이어야 가능했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였는데, 이렇게 인사 시스템을 손보는 것은 ‘나이가 있는데 중용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나가라’는 시그널처럼 전달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재계는 물론 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이번 파격적 인사안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저히 성과와 능력으로만 평가해 기회를 주겠다는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사 대실험으로 30대 임원 등장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앞다투어 ‘젊은 조직’을 지향하는 분위기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3분기 30대 기업 기준 임원들의 출생년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은 1969년생 이후인 X세대 출신 임원 비율이 54.8%, 1979년생 이후인 밀레니얼 세대 비중은 0.7%에 불과했다. 121명의 임원 중 7명을 제외한 94.2%(114명)가 X세대 이하였다. 이 중에 23명(19%)은 밀레니얼 이하 세대였다. 반면 네이버는 1981년 생 최수연 책임 리더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택하며 ‘젊은 조직’을 표방했고, 카카오그룹 역시 그룹 내 3개 사의 임원 15명 중 1966년 생인 김범수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은 모두 X세대 이하 세대다.
삼성의 ‘젊은 조직론’이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영역마다 다르지만 IT나 유통, 바이오 등에서는 젊은 소비자층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점차 미국처럼 30대 후반이어도 능력만 있다면 임원이 되는 사례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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