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가 ‘사과사탕’이다. ‘링고아메’라고 부르는데, 사과를 통째로 설탕물을 입혀 코팅한 디저트를 말한다. 시초는 1908년 미국의 윌리엄 콜브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핼러윈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간식이 됐다.
아시아권에서는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해 축제 때면 어김없이 사과사탕을 파는 포장마차가 등장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도 주인공들이 사과사탕을 손에 들고 축제를 즐기는 장면이 단골로 나올 정도다. 이처럼 축제 노점에서 팔던 사과사탕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의하면 사과사탕을 고급디저트로 승화시킨 전문점이 생겨나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첫 사과사탕 전문점은 2014년 7월 문을 연 ‘폼다무르 도쿄(Pomedamour tokyo)’다. 대표인 이케다 다카토시 씨는 가게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사과사탕을 신나게 먹는 풍경을 보고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예쁜 간식을 어째서 노점에서만 팔까’라는 의문이었다.
일반적으로 포장마차의 사과사탕은 비주얼에 치중한 것이 많다. 외형은 먹음직스러운데, 막상 맛을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럽이 끈적해 먹기 힘들고, 사과 자체가 맛있지 않다는 이미지도 있다. 이케다 씨는 농가에서 제공받는 품질 좋은 사과를 활용해 ‘진짜 맛있는’ 사과사탕을 만들기로 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시럽을 적절하게 코팅해 본래 과육의 맛을 살리는 것이었다.
달콤한 사탕과 사과의 적당한 신맛, 그리고 씹는 맛이 좋은 사각사각한 식감이 어우러져 외형도 맛도 훌륭한 디저트가 완성됐다. 한입 베어 물면 사탕이 바사삭 깨지면서 안에서 터져 나오는 과즙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SNS에는 “지금까지 먹은 사과사탕은 가짜였다” “사과사탕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등 호평이 쏟아졌다.
이케다 씨의 사과사탕이 좋은 반응을 얻자 사과사탕 전문점이 다수 생겨났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캔디애플(Candy apple)’은 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다. 2020년 1월 도쿄 다이칸야마에 개업한 이래 하라주쿠점, 요코하마점 등 총 7개 매장으로 늘리며 순항 중이다.
초창기엔 “외형이 귀엽다”며 SNS에 사진을 공유하는 10~20대 젊은층이 많았지만, 최근엔 어릴 때 먹었던 사과사탕이 그리워 찾아오는 중년층 고객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고 있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는 전언이다. 가격은 600~700엔(약 6000~7000원)대로 알려졌다.
캔디애플에서 사용하는 사과는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를 포함해, 식감을 결정짓는 아삭함의 정도, 과즙, 향기까지도 엄선해 제공받는다. 제철인 품종을 매일 아침 현지에서 직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리법에도 여러 가지 궁리를 더해 전문점다운 면모를 갖췄다.
가령 과즙이 풍부한 사과와 사탕의 식감이 잘 어울리도록 시럽을 가능한 얇게, 파삭하게 마무리한다. 입에 넣는 순간 사탕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사과 본연의 신맛과 상큼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비결을 하나 더 공개하자면, 달콤한 사탕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과는 신맛이 조금 더 강한 아오모리산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캔디애플 다이칸야마점을 방문한 20대 여성은 어머니와 둘이서 사과사탕 한 개를 맛있게 나눠먹었다. 모녀는 “바깥쪽 사탕 부분은 파삭파삭한데, 안쪽의 사과는 사각사각 과즙이 풍부해 식감의 차이가 즐겁다”며 만족해했다.
흔히 포장마차에서 파는 사과사탕처럼 꼬치에 끼운 형태도 판매되지만, 두 사람은 먹은 것은 한입 크기로 자른 테이크아웃용이다. 모두 먹기 쉽게 잘라 주기 때문에 걸으면서 먹는 디저트로도 제격이다. 테이크아웃 시 요청하면 사과를 통째로 포장해준다. 직접 잘라 먹을 경우 보다 신선한 상태로 섭취할 수도 있다. 캔디애플의 대표 니시노 마사 씨는 “사과사탕과 궁합이 좋은 음료가 홍차”라며 “꼭 함께 즐겨보라”고 권했다.
캔디애플은 독특한 메뉴 개발로 선택의 폭도 넓혔다. 기본적인 플레인 맛부터 쌉싸름한 말차 파우더를 묻힌 우지녹차, 화이트초콜릿과 요거트 크림을 더한 요구르초코, 꾸덕한 코코아를 발라 깊은 맛으로 완성된 퓨어코코아 등 여덟 종류가 준비돼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과사탕의 종류, 먹는 방법까지 진화했다”며 “길거리 음식에서 세련된 디저트로, 시대가 바뀌면서 사과사탕도 변하고 있다”고 평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과사탕처럼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린 스위트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식외식종합연구소의 아리키 마리 연구원은 “차별화로 고객을 확보하려다보니 스위트 전문점이 세분화되는 중”이라며 “새로운 트렌드나 화제를 SNS에 올리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20~30대 남녀 2000명에게 코로나사태 이후 식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자 “오락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먹는 것에 좀 더 돈을 쓰게 됐다(35%)” “색다른 걸 맛보고 싶어졌다(17%)”라는 응답이 상위에 올랐다.
아리키 연구원은 “외식의 기회가 줄어든 만큼 색다른 음식, 즉 특정 메뉴 전문점만이 가능한 독창성에 기대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며 “완전히 새로운 디저트보다 기존의 것이 진화한 형태가 받아들이기 쉽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과사탕의 경우 사과가 메인이라 ‘건강한 이미지’가 강하며, 코로나로 지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 요컨대 보상용 디저트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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