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온시스템이 일본 등 해외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겨울철 전기차 효율을 높이는 히트펌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이 시장에서 점유율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췄다. 히트펌프 외에도 열 관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망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에어컨(HVAC)과 파워트레인 쿨링(PTC), 압축기(COMP), 플루이드 트랜스포트(FT) 등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공조제품 전문 제조회사다. 공조제품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순수 전기차에서 실내 난방을 하려면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히터를 켜면 차량 주행거리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온시스템의 열 관리 시스템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 덕분이다. 히트펌프는 냉매가 압축·응축·팽창·증발하며 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저온을 각각 활용해 히터와 에어컨을 구동하는 기술이다. 히트펌프 기술은 냉매 순환에 외부의 열을 활용한다. 특히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는 주행 시 발생하는 전기모터와 전장 장치의 열, 즉 폐열까지 사용한다. 적은 전력을 사용해 높은 난방 효과를 낸다.
한온시스템이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버추얼 인베스트 데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의 ‘E-GMP’, 폴크스바겐의 ‘MEB’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열 관리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우디,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지프, 스코다,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니오, 샤오펑 등 세계 각지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전기차에 열 관리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기준 이 분야에서 일본 덴소(28%)에 이어 시장점유율 13%로 세계 2위다. 전 세계 24개국에 총 4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6조 8728억 원, 영업이익 3158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Automotive News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액은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업체 중 39위에 해당한다. 올해 매출은 3분기 기준 누적 5조 4253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 7716억 원)보다 높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약 2650억 원)도 전년 동기(약 1215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말 약 2조 8400억 원을 들여 지분 50.50%를 인수했다. 이번 매각은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가 주관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 중인 2대 주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지분 19.49%를 내놓아 총 69.99%를 매각한다.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2일 종가 기준 약 7조 4732억 원이다. 지분 69.9%는 약 5조 2312억 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6조~7조 원 이상일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 예비입찰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베인캐피털, 독일 말레와 프랑스 발레오 등 자동차 부품업체, 일본 모터 전문업체 일본전산(니덱)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전산이 매각 협상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한온시스템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설과 관련해 특정 잠재 매수인과 합의를 마쳤다는 등의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해외 사모펀드나 기업들이 한온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국내 기업들은 6월부터 진행 중인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SK그룹, LG그룹, 한라그룹 등 대기업은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 불참 소식에 한온시스템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히트펌프뿐만 아니라 원천기술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노조는 수소차 관련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한온시스템이 해외 전략적 투자자들에 매각될 경우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겨울에 배터리 기능이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히터까지 틀면 주행거리가 30~40% 이상 줄어든다. 겨울철 배터리 효율을 높일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데, 히트펌프가 거의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꼽힌다. 게다가 한온시스템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다 보니 직원들은 기업의 귀속성이나 자부심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안정적인 전략적 투자자를 만나는 게 회사 발전의 지름길이지만 돈 앞에는 장사 없다. 한온시스템은 열 관리 시스템 쪽에서 특화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돈의 논리에 따라 중국, 일본 등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부 유출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정부가 이 사안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온시스템의 해외 기업 매각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류 의원은 “한온시스템이 외국계 사모펀드 또는 외국계 동종 부품사에 매각될 경우 글로벌 본부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크고 우량한 국내 기업을 부실하게 만들어 국부가 유출될 것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온시스템이 수소차와 관련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매각이 가능한지에 대한 승인심사를 산업부 차원에서 체크할 수 있도록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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